몇 년 전 와타루를 딱 한 번 보았고, 그 때 이후로 와타루를 오랜 시간 동경해왔지만 건강 문제로 사교회에 자주 가지 못했음. 그러다 날씨도 따뜻해져 모처럼 컨디션이 좋아진 상태에서 제의를 받은 상황으로. 이 기회에 그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다면 좋겠다는 동경 반 애정 반의 심정.
라고 적어주셨어요...이거 받아보고 엄청 귀여워서 좌로우로 굴렀습니다 ㅠ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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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Un · Deux · Trois
W.나리
사랑의 마법을 걸어줄게요. 그러니까 한번만 더 날 사랑해줘.
2020.5.19 15:55
커다란 건물만 한 모래시계가 서 있는 검은 공간.
흰 모래는 천천히, 위에서 아래로 떨어져 간다.
아래의 쌓인 모래들과 위에 가득 담긴 모래들.
이 많은 양은 얼마나 오래 있어야 다 내려올까.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깜빡인 순간.
시계의 모래는 멈춰져 있었다.
덜컹거리는 마차 안.
잠깐 잠에 들었는지 기대있던 유리창 밖을 보며 눈을 떴습니다.
느리게 흘러가는 구름.
노을색 물든 황금빛 바다가 수평선 너머까지 펼쳐져 있고
바다에 떠 있는 배들 위에 갈매기가 울고 있습니다.
이곳은 벨로체.
히비키 와타루의 영지이자 그의 저택이 있는 도시입니다.
그런 평화로움에 잠시 젖어있다가, 잠에 들기 전 읽었던 신문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텐쇼인 에이치:……아. (창밖을 잠시 주시하다, 신문이 떨어진 걸 눈치채고 팔을 뻗어 정갈하게 접어둡니다. 이제 목적지까지 그리 많이 남지 않았으리라 생각하면, 도무지 진정하려 해도 쉬이 진정이 되지 않습니다. 심장소리가 귀까지 들려오는 기분에 가슴께를 꾹 누르며 애써 신문으로 눈을 돌립니다.) …처음 사교회에 참석했을 때보다 더 떨리는 기분이야.
덜컹거리던 소리가 잦아들고,
속력이 점점 줄어들더니 문 쪽에서 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와 동시에 마부의 목소리가 들려오네요.
마부:텐쇼인님, 이제 곧 저택에 가까워지니 초대장을 건네주시겠습니까?
그렇게 초대장을 건네려 자신의 주변을 둘러본 순간….
이런, 초대장이 어디로 간 건지 보이질 않아요.
[마차 안]
덜컹거려도 아프지 않게 의자에 덧대여 있는 쿠션이 무척이나 안락하지만…
지금은 신경 쓸 틈이 없습니다.
잃어버린 초대장을 찾아야만 해요.
마차에 타기 전에 손에 있었다는 건 기억나니까…
적어도 이 마차 안에 있는 건 확실합니다.
사람 네 명이 탈 수 있을법한 작은 마차 안에는
쿠션을 덧댄 [의자]와 당신이 떨어뜨렸던 [신문], 그리고 방금까지 기대있던 유리창이 달린 [문]이 있습니다.
마부:…텐쇼인님?
안에서 아무 말이 없는 게 불안한지 마부가 조심스럽게 재촉하네요.
텐쇼인 에이치:…아아, 잠시만. (분명 잠들기 전까지 소중하게 제 손에 쥐고 있었던 초대장을 찾기 위해 급히 움직입니다. 우선은 의자를 살펴봅니다. 혹시 잠결에 잘못해 제가 깔고 앉지는 않았는지도 확인합니다..)
나무 의자에 붉은 쿠션이 덧대어 있습니다.
밑에는 공간이 있어서 짐들을 넣어놓을 수 있겠네요.
당신의 반대쪽 의자 밑에는 짐으로 가득 차 있지만, 당신이 앉은 곳은 비어있는 듯 합니다.
다행히 깔고 앉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아니 다행이라고 해야할까요?
텐쇼인 에이치:(보이지 않자, 조급해진 얼굴을 애써 가리면서 접어두었던 신문을 다시 펼칩니다. 혹시 그 사이에 끼워져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깁니다.) …빨리 들어가고 싶은데, 제발.
손의 온기 때문인지 한쪽이 살짝 우그러진 잿빛 종이의 모습입니다.
여러 가지 글자와 정보들이 나열되어있습니다.
1면에는 스테인 신문이라고 적혀 있으며 그 밑에 작게 프러시안력 87년 10월호라고 적혀져 있습니다.
글씨가 눈에 들어옴과 동시에 신문 옆으로 툭, 봉투가 떨어집니다.
히비키 저택의 초대장입니다.
히비키 와타루의 초대장은 보라색 종이에 금박으로 당신의 이름이 적혀져 있었습니다.
텐쇼인 에이치:(휴우. 숨을 길게 내쉬며 안도하고는 그 초대장을 어서 주워듭니다. 제 이름이 새겨진 봉투를 잠시 더 바라본 후, 문을 살짝 열어 마부에게 내밉니다.) 여기 있어.
마부:(초대장을 받아들고는 고개를 숙이며 받아듭니다.)
다시 천천히 마차가 움직입니다.
이제야 정말 실감이 나는 기분입니다.
얼마 안 가 덜컹거리는 느낌이 사라짐과 동시에 마차는 소리 없이 멈추어 섭니다.
창밖에는 저택이 보입니다.
저택의 외관은 세월이 흘렀다는 게 여실했지만 낡은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평범한 회벽에 남색 지붕들.
그저 고고한 느낌이 강한 저택으로 보입니다.
저기에 그가 살고 있는 거겠죠.
마차 문이 열리면 낮보다 더 싸늘해진 바람이 당신을 맞이합니다.
어느새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한 하늘.
저택 곳곳에는 서서히 밝은 불이 켜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차에서 내려볼까요?
텐쇼인 에이치:(두 눈에 들어오는 저택을 마차 안에서 올려보다, 심호흡하고 조심히 마차에서 내립니다. 조금 추워진 바람이 걱정스럽지만 몸을 꿋꿋하게 펴고 시선을 듭니다.) …히비키 군과 만날 때까지만이라도 몸이 괜찮다면 좋을 텐데.
마차의 문을 열고 나선 당신의 앞에 사람이 서 있습니다.
집사:히비키가의 저택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텐쇼인님.
오시는 길, 평안하셨는지요. 곧장 주인님께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텐쇼인 에이치:…응, 부탁할게. (그의 집사임을 알면서도 편하게 말을 놓습니다. 안을 다시 둘러볼 여유도 없이 긴장한 기색으로 뒤따릅니다.)
싸늘한 바람은 뒤로하고, 온기가 감도는 저택으로 들어섰습니다.
마치 아무것도 없는듯한 빈 홀에서 울리는 소리는 창문을 때리는 바람 소리와 당신의 구두 소리뿐입니다.
저택은 온기를 품고 있지만, 싸늘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한가운데에 있는 [그림] 때문일까요?
아니면 입구 양쪽에 놓인 [비둘기 동상] 때문일까요.
하지만 이 싸늘함이 어쩐지 익숙합니다.
집사:이곳에서 기다리시면 곧 주인님이 오실겁니다. (고개를 숙이고 물러납니다.)
텐쇼인 에이치:……. (홀 가운데에 서 있다가 마음을 조금이라도 진정시킬 생각으로 비둘기 동상으로 다가갑니다. 심장이 요동쳐 힘겹단 생각이 듭니다.)
비둘기 동상입니다.
마치 살아있는 것마냥 생생해 보입니다. 금방이라도 움직일 것처럼….
:정신력 판정
텐쇼인 에이치: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비둘기의 눈알이 굴러가 당신을 빤히 쳐다봅니다.
눈을 깜빡하면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마냥 다시 눈을 제자리로 돌립니다.
이 동상을 목격한 당신.
SANc(0/1)
텐쇼인 에이치: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감소 없음.
텐쇼인 에이치:……? (금방 저와 눈이 마주친 것 같은데. 장갑을 낀 손을 들어 조심히 동상의 부리 부분을 살며시 건드립니다.)
딱딱한 감촉이 느껴집니다.
텐쇼인 에이치:(그냥 착각이었던 걸까. 너무 긴장한 나머지 헛것이라도 봤던 거라 여기며 동상을 좀 더 주시합니다.)
아무리 지켜봐도 평범한 동상 같습니다.
텐쇼인 에이치:……. (적당히 관찰하다, 이제 조금 마음의 여유가 생겨 눈을 돌립니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생각하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곳의 큰 그림을 바라봅니다.) …?
중간계단 벽에 붙은 그림입니다.
그림 속 주인공이 저택의 주인인 히비키 와타루. 그가 분명합니다.
너무 그림 같은 외모라 현실감이 떨어집니다.
몇 년 전에 봤을 때도 저랬던가요. 화가가 히비키 와타루의 열혈한 추종자임이 분명합니다.
텐쇼인 에이치:(아. 탄성이 바로 나올 만큼 사실적인 동시에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에, 조용히 다물고 있던 입술이 살짝 벌어집니다. 그 그림을 응시하다 조금 더 자세히, 가까이서 바라보고 싶단 욕심에 무의식적으로 구두를 신은 발을 움직입니다.)
가까이가 보니, 정말 커다란 초상화입니다.
텐쇼인 에이치:(아직 히비키 군과 인사도 하지 못했는데. 허락도 받지 않았는데 저택 안을 활보한다니. 제가 생각하기에도 예의가 아니라 여기지만, 그의 초상화에서 차마 눈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취한 듯 그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예술 Roll
기준치:
25/12/5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그림의 가치를 알아보는 일은 당신에게는 쉬운 일입니다.
그만큼 많이 봐왔기 때문이죠.
그러니 분명 쉬워야 하는데....그의 그림을 취한듯 바라봅니다.
판단력을 잃은거같아요. 어쩔 수 없죠.
얼마나 그림 앞에 있었을까요.
이층에서 구두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달빛 같은 우아한 은발.
스치는 은발 사이로 보이는 귀, 눈썹, 콧대… 자연스럽게 얼굴이 눈에 들어옵니다.
신화 속에나 나올 법한 비상식적으로 단정한 외모, 그야말로 미의 집합체.
이 이상으로 고귀할 수 없는 절제된 몸짓으로 걸어옵니다.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신비로운 눈동자가 당신을 향합니다.
그를 본 당신은 어떠한 이유에서 인지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낍니다.
마치 사랑에도 빠진 것처럼.
원래 한눈에 반하면 그 사람밖에 보이지 않는 걸까요?
시간이 멈춘 것처럼 숨을 쉴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 사람의 움직임만을 눈으로 쫓았습니다.
사교회에서의 만남과는 다른, 그래. 마치 그때처럼….
…그때처럼?
당신은 히비키 와타루가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유가 떠오르진 않습니다.
어째서 그 사람의 걸음이. 미소가. 그리고…
히비키 와타루:(제 그림 앞에 서 있는 모습에 가볍게 눈웃음을 짓습니다.)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에이치.
유쾌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이름을 부르는 어조도. 내게 이리 익숙한지요.
텐쇼인 에이치:……. (심장이 멎을 것 같다는 말이, 비단 우스갯소리가 아닌 것처럼 여겨집니다. 순간적으로 들이킨 숨을 다시 토해내지도 못한 채 가까이에 서 있는 당신을 바라봅니다. 눈은 이미 당신에게 홀려버린 듯, 잔잔한 황홀을 머금은 채입니다.) …아, 아. …응, 히비키 군….
초대해줘서 영광으로 여기고 있어. …그러니까, 음. ……. (잘 부탁한다는 말조차 나오지 않습니다. 눈을 어렵게 돌리고 미소를 힘겹게 머금습니다.)
기이한 두근거림을 느끼는 사이 발걸음은 당신의 앞에 멈춰서고, 동시에 멍해 있던 정신을 깨웁니다.
히비키 와타루:네, 저도 반갑습니다. 당신이 오길 늘,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예상이라도 한 듯 자연스럽게 당신의 말을 이어 이야기합니다.)먼 길 오느라 식사도 아직일 텐데, 식사부터 먼저 하러 갈까요! 멋진 장소를 준비해뒀으니 말이죠. (제 말에 답하기도 전에 유연하게 권유합니다.)
텐쇼인 에이치:…내가 오길, 기다렸다는 말은 알겠지만…. (늘? 어째서? 당신은 저와 한 번밖에 만난 적이 없을 테고, 안다고 해봤자 그저 뜬소문이나 가문 정도에 불과할 텐데. 그런데도 심장은 두근대는 게 느껴집니다.)
……. (하지만 더 이상 물으면 당신이 싫어할까봐. 더는 말하지 않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일 뿐입니다.) 응, …그럴까.
히비키 와타루:(그 모습을 사랑스러운 것을 보는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당신이 어떤 말을 해도 싫어하지 않을 거지만, 이야기는 식사자리에서 이어 해도 괜찮으니까요? (에스코트하듯 손을 내밉니다. 당연하게도 자신의 손을 잡을 거라는 자신감마저 느껴집니다.)
텐쇼인 에이치:(먼저 내밀어주는 손을 약간은 놀란 기색으로, 또 조금은 얼떨떨하게 바라보다 장갑을 낀 제 왼손을 느리게 듭니다. 그의 손을 잡아도 될까? 내가, 히비키 군의 손을? 짧지만 여러 생각을 흘리다 결국 용기를 내 당신의 손을 잡습니다.)
히비키 와타루:(장갑을 힐끗, 마음에 들지 않은 것처럼 짧게 바라봅니다. 그 사실을 당신이 인식하기도 전, 곧바로 당신을 바라보며 웃습니다.)
갈까요? 에이치.
텐쇼인 에이치:(자신을 언뜻 본 것도 같았는데. 너무 긴장한 나머지 그조차 착각이라고 여기며 당신에게 잡힌 제 왼손을 보다, 엉겁결에 긍정합니다.) 아, 응. …히비키 군.
둘은 건물 안이 아닌 바깥으로 향합니다.
어느새 노을이 지평선 끝까지 몰려 아주 옅은 보랏빛을 제외한다면 하늘은 어둠에 물들여진 상태입니다.
풀벌레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정원을 지나치자, 등으로 불이 켜진 온실이 나옵니다.
유리 온실 안에 식탁과 음식이 놓여 있는걸 보니 오늘의 식사 장소는 온실인가 봐요.
푸르고 짙은 장미와 부드러운 크림색장미가 조화롭게 온실 안을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히비키 와타루의 취향일까요.
바깥의 싸늘함과 다르게 온실의 내부는 따뜻하기만 합니다.
싱그럽게 심어진 꽃들과 향기로운 풀 내음.
테이블에 올려진 식사는 귀족의 식사로는 단출하지만 내용물만은 당신이 좋아하는 음식들로 가득합니다.
텐쇼인 에이치:(푸른 장미와 크림색 장미. 제 가문의 문장을 모를 사람은 아닐 테니 아마 제가 방문하니 이렇게 마련했을 거라 여깁니다. 섬세하고 풍성한 아름다움에 잠깐 미소를 짓다, 음식도 전부 제 취향인 것으로 차려져 있어 약간 놀란 기색을 보입니다.)
…놀랍네, 내 취향을 일부러 알아봐 준 걸까? 히비키 군에게 괜히 신경을 쓰게 한 것 같아 미안하지만, …역시 기쁘네. 그동안은 입맛이 없어서 통 즐기지 못했거든.
히비키 와타루:(자리의 의자를 빼어내 주며 아름다운 음악을 듣는듯한 미소를 지으며 당신의 말을 즐겁게 경청합니다.) 당신을 기분 좋게 하고 싶거든요. 이 저택에 있는 동안은, 적어도 저와 함께 하는 동안은 말이죠.
어떤 꽃보다도 에이치의 미소는 아름답고 강렬하니까요!
텐쇼인 에이치:……. (당신의 에스코트에 얌전하게 자리에 앉고 마주 보다, 마지막으로 들은 말에 귀 끝이 발갛게 달아오릅니다. 동경하고 애정 하는 상대에게서 그런 말을 들었으니 제 반응은 전혀 과한 게 아닐 거라 여기며 애써 식기를 들다가, 말을 곱씹던 도중 위화감을 알아차립니다.)
…그러고 보니, 히비키 군? 나를 이름으로 부르는걸. …아, 불쾌하다는 뜻은 아니야. 그게, 생각도 못 한 호칭이어서 놀랐을 뿐이고….
히비키 와타루:(제 자리에 앉아 당신의 앞, 와인잔에 와인을 적당량 채웁니다.) 저와 함께하고 있는 동안은 기분 좋게 만들어 드릴 테니 당연한 겁니다. 그리고 저는 에이치가 좋거든요.
(미소 짓습니다.) 발음으로도, 어감도 말이죠!
그러니 저 역시 어떠한 칭호로 불려도 당신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상관없습니다!...만, 작게 욕심을 부려도 될까요? (제 와인잔에도 보기 좋게 와인을 채웁니다.) '와타루' 라고 해주세요. 아! 나의 와타루 라고 소유격을 붙여도 상관없어요?
텐쇼인 에이치:(당신이 하는 말이 혹시 제 사심으로부터 비롯된 환청 같은 것은 아닌지. 채워지는 잔에 시선을 주고 있다가 점차 얼떨떨함과 기쁨이 범벅이된 묘한 얼굴을 합니다.) 잠, ……. (말에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 느낌에 멍해지기까지 합니다. 제 이름이 좋다는 말과, 거기에 이어져서 쏟아진 당신의 말을 입술을 다문 채 곱씹습니다.)
……. (그러다 결국 제 손을 들어 붉어졌을 얼굴과 주체가 되지 않아 경련을 일으킬 것 같은 입가를 가립니다. 무척이나 기쁘고 설레는 마음이 얼굴에 전부 드러나면 너무도 추잡스러워 보일까 두렵습니다. 최대한, 어떻게든 마음을 진정시키려 노력하다가. 당신이 내뱉은 나의, 와타루란 말에 도저히 참지 못하고 고개를 듭니다.)
…혹, 시. 지금 내가 꿈을 꾸는 걸까? 아니, …아니. 히비키 군이 내게…. 아, 읏. 잠시만, 잠시만…. (물이 든 잔으로 떨리는 손을 뻗습니다. 겨우 들어, 입술을 축이고 빠르게 테이블에 내려둡니다.)
히비키 와타루:어라, 연약한 에이치의 심장엔 무리였나요? ...후후후! 하지만 그렇기에 재밌군요. 천천히 나아가는 게 좋을 테지만, 아쉽게도 저희의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아서. (아무래도 좋을 말을 나열해 뱉습니다. 생각보다도 큰 반응에 살짝 당황하고, 밀려오는 사랑스러움에 중독이라도 된 듯 잔을 드는 손에, 물에 적셔지는 입술에 시선을 떼지 못합니다.)
(의자에서 일어나, 테이블을 맞은 편 당신에게 상체를 기울여 얼굴을 가까이 내밉니다.) 진리를 깨닫고 말았군요. 그래요. 에이치, 이건 꿈입니다.
....(진지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바라보다가... 방긋 웃습니다.) 농담입니다! 꿈같은 시간임은 분명하지만요! 후후, 날이 지기 전에, 음식이 식기 전에 들어주세요? 늦게 먹으면 종종 체한 체 일어나기도 했으니까요.
텐쇼인 에이치:……. (훅 가까이 다가오는 당신과 한참을 눈을 마주칩니다. 입안에 심장을 머금은 듯 쿵쾅대는 소리가 매섭게 울리는 게 느껴집니다. 그러다가 당신이 뱉은, 이 시간이 꿈이라는 말과. 그 뒤의 문장들을 하나하나 생생히 듣습니다. 늦게 먹으면 종종 체한 채로. 물론 소화기관이 그렇게 좋지 않은 저니까 자주 그러지는 했지만, 어째서 당신이 그걸 알고 있는지 의아한 마음이 함께 듭니다.)
히비, …와, 타루…는. …오늘 내가 올 걸 대비해서 많은 걸 알아본 모양이네. …응. 식사해야겠지. 나를 위해 준비해준 만찬인걸, 남기는 것조차 사실 아깝단 생각이 들지만…. 다 먹을 자신은 없으니까. 와타루…의 성의와 애정, …최대한 듬뿍 맛보도록 할게.
(말을 끝마치고, 식기를 천천히 움직입니다. 와타루라 부르는 게 어색하지만 그만큼 좋은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아직 얼굴이 달아오른 것도 모르고 식사를 시작합니다.)
히비키 와타루:(이름을 불러줄 때마다 미소로 화답합니다.) 그야, 사랑하는 존재를 알아가는 것 또한 사랑을 하는 법이니까요. 저도 알고 싶은 건 잔뜩 이지만, ...최대한 저의 성의와 애정을 음미해주시길... (와인잔을 들고는 가볍게 흔들며 식사하는 당신의 모습을 무례할 만큼 진득하게 바라봅니다.)
텐쇼인 에이치:(사랑하는 존재. 당신이 여러 사람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품고 있다는 소문을 가끔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 대상에 저 같은 이도 포함되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해 묘한 기분이 됩니다. 당신의 시선을 느끼면서도, 먹을 수 있는 만큼의 음식을 천천히 맛봅니다.) …와타루는, …음. 나를, 어떻게 잘 알고 있는 거니? 난 네가 나를… 잊었을 거라 생각했거든.
히비키 와타루:제가 에이치를 말이죠. (당신을 바라보던 시야를 넓혀 온실의 꽃에 둘러싸인 당신의 모습을 전체적으로 감상합니다. 와인의 향을 음미하고, 이 시간을 삼키고 싶은 마음으로. 한 모금 가볍게 마십니다. )
...당신은 저를 잊었나요?
텐쇼인 에이치:…그런 질문을 내게 하는 거니? (고개를 살며시 기울이며 손을 멈춥니다. 어느 정도 비워진 음식에는 더 손을 대지 않고, 식기를 정돈한 후 당신의 행동을 따라 하듯 와인잔을 듭니다. 처음 만났던 이후부터 계속, 줄곧, 당신 생각만 하고. 당신을 만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면 너무도 집착적으로 느껴질까. 말을 와인과 함께 삼킵니다.)
잊지 못했어. 그러니 내가 네게서 온 초대장을 그렇게도 소중히 품었겠지. …후후, 정말. 어린아이처럼 신나했던 모습을 네가 보지 못해 다행이란다.
히비키 와타루:이런, 그 모습을 직접 봤어야 하는데! (유쾌한 어조로 안타까움을 과장되게 말로 표현합니다.) 에이치가 제게 했던 질문의 답은 됐을 거라 생각합니다. 당신같이 흥미롭고, 눈길을 끄는 존재를 잊을 수가 있을까요. 이건 비밀입니다만, 초대장을 몇 번이고 쓰고 버렸는지 아시겠나요? (장난스레 윙크합니다.)
텐쇼인 에이치:…와타루가? (이름만을 뱉는 것이 생경합니다. 잠깐 입술을 짧게 다물고 감히 당신이 초대장을 버리는 모습을 반복해 상상해봅니다. 그럴 정도로 제게 신경을 써 준 이유를 짐작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그 말이 거짓이라 해도 기쁘단 마음은 감출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음. 사랑스러웠던 걸까. (뒤의 말은 아주 조그맣게 말합니다. 곧이어 미소를 짓습니다.) 고마워, 진심으로.
와타루의 뒷 편, 시들어 떨어지는 꽃잎이 눈에 들어옵니다.
깜빡,
눈을 감았다 뜨자 생생한 꽃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히비키 와타루:적어도 160장은 넘었다고 자부하죠! (드디어 자연스럽게 불러주는 제 이름에 기뻐 활짝 웃습니다.) 다 제 욕심이니 에이치가 고마워할 필요는 없지만, 취소하기 전 그 인사 받아두겠습니다.
(당신의 식기를 내려봅니다.) ... 벌써 속이 찼나요? 이런, 거의 새 음식과 다름없군요.
그의 말에 식기를 내려다보면...
처음 나왔던 음식 그대로 입니다. ...분명 먹었을텐데? 흔적마저 없습니다.
텐쇼인 에이치:…아무래도 네가 앞에 있으니까, ……? (당신의 말에 덩달아 아래를 내려봤다가, 전혀 줄어들지 않은 음식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짓습니다. 혹시 와인도 마찬가지인지 빠르게 곁눈질로 확인합니다.)
와인잔안에 와인이 스르륵 차는 모습을 목격합니다.
텐쇼인 에이치:……?! (살짝 놀란 눈으로 그 광경을 보고 있다가 당신을 쳐다봅니다.) 난, 분명 식사를 했는데. 왜….
히비키 와타루:(미소 짓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제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에게 다가갑니다.) 이제 일어날까요? 에이치, 무도회 파트너 요청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니 춤을 맞춰보는 건 내일 일어나서 하도록 하죠. 자아, 방까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다시 한 번 이곳에 왔을 때처럼 손을 내밉니다.)
텐쇼인 에이치:(당신의 손과 얼굴을 차례로 바라보다가 기억을 더듬습니다. 그러고 보니 당신은 마술이란 행위예술도 할 수 있는 이라고 했었던가요. 이것도 어쩌면 그 일부일지도 모르겠다고, 마술을 한 번도 목격해본 적 없는 이이기에 가능한 생각을 하며 손을 올립니다. 이전보다는 약간 더 자연스러워진 행동입니다.) …….
이대로 방에… 돌아가는 걸까? (사실 조금 더 너와 함께 있고 싶은데. 말하지 않지만 속내를 비추듯 약간은 아쉬운 빛을 보입니다.)
히비키 와타루:충분한 숙면을 취해줘야 건강한 법이니까요. (스륵, 스치는 손길이 진득합니다. 곧바로 당신을 이끕니다.) 에이치가 머물 방까지 함께 걸을 수 있으니, 아쉬움은 좀 참아 볼까요? 내일 아침에 볼 수 있으니까요. (당신에게 하는 말 마냥 이야기하지만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과 다름없습니다.)
텐쇼인 에이치:(내일 아침에. 다음날을 기약하는 말이 달고 부드러워 침묵하며 당신을 바라봅니다. 꼭 홀려버린 듯 멍한 시선으로 얼굴과 긴 머리칼을 바라보고. 우아한 걸음을 따라 걸어가려니 지금도 춤추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네 방은 윗층일까? 나, …잠자리가 바뀌면 숙면하질 못해서. 정말, 잠이 오지 않는다면….
…와타루의 방으로 가도 괜찮을까? 짧게, 이야기만 나누어도 좋아. 그냥, …….
히비키 와타루:(평소보다도 반 박자 느리게 걷던 걸음이 멈춥니다. 긴 머리칼이 스륵 어깨로 흘러 내립니다.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당신을 살짝 커진 눈으로 바라봅니다.) 그건...오, ...음 (곧장 미소를 짓습니다. 그리고 참을 수 없어 작게 소리 내 웃습니다.) 후후..물론이죠. 제 침대는 넓어 두 사람이 누워도 충분할 테니까요! 그러니 앉아서 이야기할 공간은 많다는 의미입니다!
...제 방까지 찾아올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작게 속삭이듯 얘기합니다.) 저는 언제나 환영이랍니다. 에이치.
텐쇼인 에이치:…….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안내받는 방이 접대를 위한 객실이 아닌 당신의 방이었으면 하지만. 그 말까지 뱉어버릴 만큼 품위도, 이성도 잃지는 않아 다행히 잘 갈무리합니다. 대신 속삭이는 당신을 더 진득하게 바라보다 손끝에 만져지는 긴 머리카락을 왼손으로 살며시 쥡니다.)
…응, 네가 허락해줬으니까.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게 애써야겠는걸. (멈춰선 채, 한쪽 팔과 다리를 살며시 뒤로 물리고는 머리카락 끝에 입술을 댑니다. 이 정도의 표현이라면 너도 용서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히비키 와타루:(두 눈만 깜빡이며 그 모습에서 시선을 떼질 못합니다.) 당신은 늘 제 망상을 뛰어넘는군요. 그래서 더욱 놀랍고 더더욱 사랑스러운 걸까요. (자연스럽게 몸을 뒤로 물립니다. 머리카락 또한 자연스레 당신에게서 빠져나옵니다.) 무심코 제 방으로 안내할까 생각하긴 했습니다만, 그래선 안 되겠죠. (눈웃음을 짓습니다.)
밤의 저택에서 길을 잃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답니다. 에이치, 저택에 잡아먹히기 전에 방으로 이동하죠.
텐쇼인 에이치:아, …응. (당신의 말에 약간의 쑥스러움을 느끼면서도, 그저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합니다. 미소를 머금은 채로 당신이 다시 이끄는 대로 걸음을 옮깁니다.) …그런데, 네 망상에 내가 나온 적이 있었니?
(물론 제 상상에서는 항상 당신이 나왔지만. 당신에게서 이런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괜한 기대감과 설렘이 들끓어 오릅니다. 저택 안을 다시 훑어볼 정신도 없이 당신에게만 집중합니다.)
완전한 어둠으로 물든 복도.
오래된 저택이라 그런지 깨끗하게 청소는 되어있지만
으스스한 분위기만은 감출 수 없었습니다.
히비키 와타루:물론이죠, 망상의 끝은 언제나 현실이니까요. 지금도 제 곁에 에이치가 있지 않습니까! (저택의 밤이 무섭지 않을지 걱정스레 바라보았지만 저에게 고정된 시야에 작게 웃습니다.)
와타루가 들고 있는 램프의 불이 흔들리며, 복도 저 멀리 있는 방쪽에서 무언가의 움직임이 보입니다.
텐쇼인 에이치:네 망상을 내가 짓밟고 들어선 건 아닐까. 괜한 감정인 줄 알면서도 걱정이 돼. ……? (당신이 손에 든 램프를 흘끗 보다, 멀찍이서 무언가 움직인 느낌이 들자 무심코 당신의 팔을 잡습니다.) …아.
히비키 와타루:(팔을 잡아오는 손에 물 흐르듯 자연스레 팔짱을 끼웁니다.) 이런, 이렇게 신체접촉이 많을 줄 몰랐네요! (장난스레 말하며 방으로 이끕니다.)
(복도 저 멀리 있는 쪽에 잠시 시선을 둡니다.) 저기는 제가 일하는 서재밖에 없어서, 나중에 저택 구경은 따로 시켜드리지요.(가볍게 걸어가 어떤 문 앞에 멈춰 섭니다.)....방문이 왜 열려있지?
텐쇼인 에이치:아니, 그런 게…. (당신의 말에 부정하듯 하면서도 말을 다 잇지 못하고 팔짱을 낀 당신을 봅니다. 기쁜 것도, 설레는 것도 어쩔 수가 없어서 남몰래 미소를 지으며 함께 걷습니다.)
(그러다 방문이 열려있다는 소리에 시선을 그 방으로 옮깁니다.) …바람에 열린 건 아닐까?
당신이 머물 방문이 살짝 열려 있었습니다.
와타루의 반응을 보니 방문을 일부러 열어놓았던건 아닌데...
아무튼 함께 방으로 들어갑니다.
히비키 와타루:... ....이번엔 제대로 방문을 닫아둬야 겠군요. (그 말에 아무렇지도 않게 수긍하곤 방 안까지 안내 합니다.)
손님방치고는 무척이나 호화롭게 꾸며진 방입니다.
넓은 [침대]와 작은 [원탁]. 그리고 시원하게 뚫린 큰 [유리창]이 존재합니다.
이렇게 깔끔하고 좋은 방임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꺼림칙하고, 익숙한 기분들로 가득 차오릅니다.
영문도 모르는 감각과 기억이 불쾌히 머리를 어지럽힙니다.
히비키 와타루:아쉽지만 전 제 방으로 돌아가야겠군요. (에이치를 보며 웃어 보입니다.) 늦은 대답이긴 하지만, 에이치.
제 망상 속에서 에이치가 무언가를 짓밟고 들어온다면, 그건 그러기 위한 존재였을 겁니다. 그 공간의 주체는 오롯이 당신일 테니.
...그럼! 내일 보도록 하죠. 좋은 꿈 꾸시길!
텐쇼인 에이치:(당신이 한 말에 묵묵히 바라보다 가볍게 고갯짓을 하기만 합니다. 그렇게 말해준 것에 대한 성의와, 배려가 좋아서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듭니다.) …응, 내일 보자. 와타루. 헤어지는 게 아쉬울 정도지만, 내일도 있으니까.
…네가 허락한다면, 감히 네 꿈에 내가 들어서기를 바랄게. 좋은 밤 보내렴.
히비키 와타루:에이치라면 기꺼이. 문을 활짝 열어두도록 하죠. (그 말을 끝으로 방밖으로 나가 방문을 닫아줍니다.)
텐쇼인 에이치:(당신이 나간 방을 한 번 둘러보더니, 표정을 쎄할 정도로 굳힙니다.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뭔가 알 수 없는 꺼림칙함과, 불쾌감이 머리를 잠식하는 감각이 기분 나쁘다는 듯 웃음을 잃습니다.)
(먼저 원탁을 살펴봅니다.)
판이 유리로 만들어진 작은 원탁입니다.
그 위에는 카나페와 와인 한 병, 그리고 와인잔 이 있습니다.
와인 밑에 메모지가 깔려 있네요.
텐쇼인 에이치:(깔려 있는 메모지를 집어들어 천천히 훑어봅니다.)
[먼 길 온 선물입니다. 부디 입맛에 맞길 바라며 ]
..라고 쓰여 있습니다.
텐쇼인 에이치:…와타루가 마련해둔 걸까. (웃으며 글씨를 몇 번이고 더 읽습니다. 초대장에 적혀있던 필체와 같은 것인지 아이디어 가능할까요?)
:네 굴려주세요!
텐쇼인 에이치: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이 받았던 초대장과 같은 필체입니다.
그 초대장은 직접썼다고 언급했으니 이 메모도 와타루가 쓴게 분명하겠죠.
텐쇼인 에이치:……. (종이를 소중하게 접어서 제 옷 안주머니에 간직하고는, 와인병을 들어 정보를 확인합니다.)
가볍게 마실만한 와인을 준비해 뒀나봅니다.
텐쇼인 에이치:디저트용 와인인 걸까. (이런 건 혼자 마셔도 그다지 즐겁지 않지만, 그의 성의가 기쁠 뿐입니다. 내려두고는 이제 창가로 걸어가봅니다.)
뒤를 돌자. 툭하고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납니다.
텐쇼인 에이치:…? (툭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봅니다.)
와인잔이 바닥에 떨어져 있습니다.
… 깨지지는 않았지만 금이 갔네요.
떨어질리가 없는데, 갑자기 왜 떨어진걸까요.
텐쇼인 에이치:(와인잔이 깨진 것을 보다 조심히 들어올려서 전등에 비춰봅니다. 특별히 이상한 점은 없나요?)
아무리 살펴봐도 특별히 이상한 점은 없어보입니다.
텐쇼인 에이치:…이상하네. (중얼거리며 잔을 돌려놓고, 다시 창가로 걸어갑니다.)
유리창에 이상한 종이가 붙어 빛을 가립니다.
달빛을 가린 네모난 쪽지.
그 안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히비키 와타루의 대해 궁금하지 않아? 서재로 가봐.]
텐쇼인 에이치:(글씨체를 확인합니다. 누구의 것인지 짐작이 될까요?)
누구의 필체인지 가늠이 되질 않습니다.
텐쇼인 에이치:……. (와타루에 대해 궁금한 것은 사실이지만, 더 알고 싶은 것 역시 마찬가지지만. 왜 서재로 가 보라고 하는 것인지는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보통 그를 만나서 더 얘기를 해 보라고 하지 않나? 생각하다 우선 종이를 내려둡니다.)
(창문을 조금만 열 수 있을까요?)
:네~!
텐쇼인 에이치:(창문을 조금만 엽니다. 환기가 될 정도로만.)
시원한 바람이 창문 틈새로 들어옵니다.
가까운 바닷냄새가 맡아집니다.
텐쇼인 에이치:(창밖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갈아입을 옷이나 약 따위가 든 짐가방을 찾아냅니다. 주섬주섬 실내복으로 갈아입습니다. 부드러운 재질의 하얀 옷을 걸치고 침대에 폭 주저앉습니다.) …하아.
푹신푹신합니다.
그대로 누우면 잠에 빠져들 것만 같습니다.
텐쇼인 에이치:…잠들기는 아까운걸. (고개를 젓고 천천히 침대를 살핍니다. 이 방은 줄곧 손님이 썼던 걸까. 아니면, 와타루가 한 번이라도 누워본 곳일까. 생각해보다 이불을 옆으로 걷어냅니다.)
깨끗하고 보송보송한 새 이불과 시트입니다.
특별한 점은 없어보이네요.
텐쇼인 에이치:(관찰로도 발견되는 건 없을까요? 베개에 폭 얼굴을 묻어보기도 하며 두리번댑니다.)
글쎄요... 침대를 더 둘러보아도 와타루 머리카락 한 올 나오지 않습니다.
텐쇼인 에이치:(뭔가…. 굉장히 아쉽지만. 그쯤 하고 짐가방 안에서 걸칠 만한 겉옷을 꺼내 입습니다. 실내화까지 신은 후 조용히 방 문을 엽니다.)
(복도가 깜깜하다면 등불을 가지고 나가보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방문 옆 등불이 걸려있습니다. 이걸 들고 가면 되겠네요.
텐쇼인 에이치:(등불을 조심스레 들고 방 밖으로 나섭니다.) 서재…. (와타루에 대해 더 알고 싶은 것은 사실이고. 그의 방으로 바로 가기에도 좀 눈치가 보여서, 서재에 들렀다가 한 번 그에게 찾아가보기로 생각합니다.)
어디가 서재려나. 한 번도 와본 적이 없으니까 어색한걸….
쪽지를 보고 어두운 복도를 걷습니다.
복도가 어쩐지 음산히 느껴집니다. 와타루와 함께 걸었을 때 느끼지 못했는데.
당신은 자신의 방이 있던 곳보다 더 깊은곳으로 나아갑니다.
얼마나 더 걸었을까요. 무척이나 고풍스러운 문이 눈앞에 보이네요.
텐쇼인 에이치:……. (문 앞에 서서 가만히 쳐다봅니다. 이 쪽 복도도 깜깜한가요?)
아주 깜깜합니다!
텐쇼인 에이치:(등불을 높게 치켜들고 문고리를 찬찬히 잡습니다.) 열리려나…? (비틀어서 열어봅니다.)
문은 소리 없이 열립니다.
들어갈까요?
텐쇼인 에이치:(들어가기 전, 안을 빼꼼 들여다봅니다.)
안은 불이 밝혀져 있습니다. 평범한 서재로 보이네요.
텐쇼인 에이치:…들어가도 괜찮을까. (생각하다가 결국 문을 완전히 엽니다.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안으로 들어섭니다. 와타루를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괜히 설레기 시작합니다.)
텐쇼인 에이치:…이상하네. (중얼거리면서 살펴봅니다. 소지했던 사람의 이름이라던가, 그런 건 없나요?)
기이하게 느껴지긴 합니다. 흐르지않는 모래시계라니
그 특이점을 제외하고는 볼만한 건 없어보입니다.
텐쇼인 에이치:(시큰둥하게 그걸 내려두고, 의자가 있다면 거기에 앉아서 일기장을 손에 듭니다. 내용을 한 장 한 장 읽어봅니다.)
… 그 밑으로 실패라는 단어가 숫자가 매겨져 적혀있습니다.
노트를 몇십장이나 넘겼을 때쯤 새로운 문장이 적혀있습니다.
텐쇼인 에이치:(글씨를 자세히 살펴봅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 바랬다고 해도 누구의 필체인지 정도는 알아보겠지 생각합니다.)
굳이 생각해 볼 필요도 없습니다. 이건 와타루의 필체가 분명하니까요.
텐쇼인 에이치:…? (일기장을 좀 더 넘겨봅니다. 다른 내용은 더 없을까요?)
더 넘겨보아도 기록된건 없어보입니다.
텐쇼인 에이치:……. (책을 덮고 가만히 내려봅니다. 꼭 연극에 나오는 인물이 적은 말들 같다고 생각하다, 책장으로 몸을 돌립니다.)
이상한 나라의 말이 적힌 책들과 낡은 책들이 정리되어 꽂혀있습니다.
텐쇼인 에이치:으음. (낡은 책 중에 읽을 수 있는 언어의 책이 있다면 꺼내 읽어봅니다. 영어랑 일본어 가능합니다!)
자료조사
기준치:
70/35/14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제목을 읽을 수 있는 책은 한정적이었지만, 유난히 동화가 많아 보입니다.
텐쇼인 에이치:(동화책? 한 권을 꺼내서 내용을 봅니다.)
:행운 굴려주세요.
텐쇼인 에이치:
행운
기준치:
75/37/15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책을 한 권 꺼내 펼쳐봅니다.
텐쇼인 에이치:…인어공주. (잘 아는 내용의 동화책을 읽어보다 젖은 부분을 매만지고 다시 덮습니다. 자료조사 다시 가능할까요?)
:굴려주세요~
텐쇼인 에이치:
자료조사
기준치:
70/35/14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으음. (눈이 피로해서 그런가. 아니면 아까 더 흥미로운 것들을 발견해서 그런가 생각하다 평범해보이는 문 쪽으로 걸어갑니다.)
문은 평범해 보입니다. 쇠사슬도 없고요.
텐쇼인 에이치:…열 수 있으려나. (호기심에 눈을 반짝이며 문을 살며시 열어봅니다.)
문은 평범하게 잘만 열립니다.
텐쇼인 에이치:……. (안을 들여봅니다.) 어디로 이어지는 걸까…?
문을 열고 그 안을 보니... 안은 별세계였습니다.
차가운 밤공기와 새벽의 향기를 느낍니다.
넓지 않은 공간의 한쪽엔 낡은 [책장]이, 벽에 붙여진 테이블은 위에는 [의미를 모를 둥지]가 남아있습니다.
낡은 곳 하나 없이 깨끗한 [찬장]과 테이블 옆 커다란 솥단지가 있습니다.
주방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네요.
텐쇼인 에이치:……! (신기해보이는 곳. 흥미로운 눈으로 안으로 성큼 겁없이 들어갑니다. 커다란 솥단지를 우선 들여다봅니다.)
솥단지 않은 깨끗하게 닦여 있습니다.
어떤 것을 기대 했는지는 몰라도 아무것도 없어요.
텐쇼인 에이치:동화 속 마녀들이 쓰는 것 같네. (중얼대고는 테이블로 시선을 돌립니다. 둥지를 기웃기웃댑니다.)
달걀만한 크기의 알이 하나 담긴 새의 둥지가 있습니다.
둥지의 옆에 투명한 보라색 액체가 담긴 병이 있습니다.
소량의 액체만 담을 수 있는 손가락 한 마디 만한 병입니다.
텐쇼인 에이치:……새 둥지?
그리고… …시약인 걸까. (병을 들어서 흥미롭게 올려보다 한 번 가볍게 흔듭니다.)
안에 투명한 보라색 엑체가 소용돌이 칩니다.
텐쇼인 에이치:뭔가 위험한 걸까. 독약? 아니면 와타루가 사용하는 약이라거나. (이런저런 가능성을 생각하다 내려두고, 둥지 안의 알에 손가락을 톡, 대어봅니다.)
새의 알...인걸까요? 아무튼 평범한 알같습니다.
텐쇼인 에이치:……. (얌전하게 보고 있다가 반응이 없자 책장으로 살며시 눈길을 줍니다. 여기도 비슷한 책들이 있을까요?)
무척이나 낡아 보이는 책장입니다.
책등 쪽이 조금 헤진 고서들이 책장을 채우고 있습니다.
읽을만한 책을 찾아볼까요?
텐쇼인 에이치:(찾아봅니다.) 이런 고서들은… 우리 가문에서도 찾지 못한 건데.
:관찰력또는 자료조사 굴려주세요
텐쇼인 에이치: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를 위한 재료 백과사전]
[아이들에게 들려줄 만한 동화 142선]
[패밀리어로 적합한 동물은 무엇인가]
[레시피]
...가 눈에 띄입니다.
텐쇼인 에이치:…….
(백과사전부터 하나씩 펼쳐듭니다.)
책 제목과는 다르게 속은 알수 없는 언어로 적혀 있습니다.
텐쇼인 에이치:…못 알아보겠는걸. (중얼대고 삽화가 있는지라도 한 번 살펴봅니다.)
팔락,팔락 넘겨보면 누가봐도 수상한 삽화가 가득합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날개라던가, 절벽위에 떨어지는 물방울의 그림이라던가...
이 얼굴이 달린 뿌리는 뭐죠?
텐쇼인 에이치:……. (못 알아보겠어. 얼굴 달린 뿌리는 조금 신기해 쳐다보지만, 금방 덮고 꽂아둡니다. 대신 동화책을 펼칩니다.)
동화 책은 당신이 아는 언어로 적혀 있습니다.
텐쇼인 에이치:(한 번 읽어봅니다.)
...조금 읽어보니 그저 평범한 동화이야기네요.
텐쇼인 에이치:…뭔가, …으음. 생각보다 별 게 없는 느낌이네. 아쉬운걸. …여기에 오면 히비키 군에 대해 더 알 수 있다고 했는데도.
(동물에 관한 책을 꺼내 펼칩니다.)
이 책도 역시 모르는 언어로 적혀 있습니다.
삽화만 보면 평범한 그림들로 가득한데...
텐쇼인 에이치:……. (언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전부 모르겠는 언어인 점이 매우 불만스럽습니다.)
(탕, 소리나게 덮고는 레시피를 손에 쥡니다.)
비교적 최근 노트인지 깔끔하지만 휘갈겨 쓰인 필체로 인해 대부분의 내용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노트 주인이 신경 써 적은 듯 꾹꾹 눌러쓴 흔적이 가득한 부분은 읽을 수 있었습니다.
텐쇼인 에이치:……? (사랑의 묘약. 적혀있는 내용을 살펴봅니다. 그러다 보라색 액체라 적힌 문장에 아까의 약병을 들어 살펴봅니다.) 이걸 말하는 걸까….
……. 사랑의 묘약이라. (생각하면서 그 병을 한참 더 들여보다, 제 실내복 안쪽에 잘 넣어둡니다. 그리고는 꺼내뒀던 책을 차근차근 정리해 원위치시킵니다.)
엉성하지만 원래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텐쇼인 에이치:(휘이 둘러보다 찬장에 시선을 고정시킵니다. 안에 뭐가 있나요?)
찬장에 히비키 와타루와 다른 아이가 함께 찍은 사진이 붙어있습니다.
붉은 머리에, 특이하게도 한군데 머리색이 하얀색으로 다르네요.
텐쇼인 에이치:…! (그 사진을 보자마자, 눈이 크게 뜨여선 사진을 더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이건….
나이차이가 조금 있어보이네요. 동생인걸까요?
텐쇼인 에이치:……. (사진의 아이가 그를 닮지는 않았는데. 자세히 보다가 오묘한 기분에 손을 뻗어 사진을 잡아챕니다. 뒷면에 뭔가 적혀있을까요?)
뒷면은 깨끗합니다.
텐쇼인 에이치:(뒷면을 보다 다시 원래 자리에 내려두고, 조용히 아까의 문으로 다시 갑니다.) …동생이 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는데.
(서재로 돌아갑니다.)
서재는 아까와 같습니다.
텐쇼인 에이치:(쇠사슬이 감겨있는 문으로 저벅저벅 걸어갑니다.) …이 쪽은 뭐가 있을까. (애써 기분을 전환하려는 듯 밝은 목소리를 내봅니다. 하지만 여전히 뭔가 불만스러워 보입니다.)
쇠사슬로 손잡이가 감겨있습니다.
문에 열쇠구멍이 없는걸로 보아 잠기는 문은 아닌것같습니다.
텐쇼인 에이치:(사슬을 풀어볼 수 있을까요?)
:근력판정 가능합니다.
텐쇼인 에이치:
근력
기준치:
45/22/9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문이 삐꺽거리며 틈새로 내부를 살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텐쇼인 에이치:…안이 잘, 안 보이는데. (중얼대며 등불을 문 쪽에 가까이 붙입니다.)
어둡고 칙칙한 내부.
보이는 거라곤 바닥을 적신 검은 액체와 널브러진 긴 천들입니다.
마치 생물처럼 꿈틀대는 의미 모를 형체들이 보이고, 그것들은 이상한 소리를 냅니다.
그 안에서는 이상한 썩은 냄새가 함께 풍겨옵니다.
SANc(0/1)
텐쇼인 에이치: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감소합니다.
텐쇼인 에이치:……? (잠시 놀라서 문 손잡이를 놓고, 등불을 놓치지 않게 주의하며 뒷걸음질칩니다.) …뭐, 뭐가…
(듣기 시도합니다.)
:굴려주세요
텐쇼인 에이치: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우리이… 어디서… 보온,적… 있…?"
"전에도… 이런적, 있,었던거 같은데에…."
"■■■. 아. 내가 왜 이르음… ,있는지 모르…."
"사,랑해애….와,타루…."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끔찍한 소음.
저 형태 없는 것이 왜 와타루의 서재에 이렇게 감금 되어있는 걸까요?
영문을 알 수 없습니다.
SANc(1/1D3+1)
텐쇼인 에이치:
SAN Roll
기준치:
59/29/11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1D3+1 굴려주세요.
텐쇼인 에이치:
rolling 1d3+1
(
1
)
+1
=
2
:이성 2감소합니다.
텐쇼인 에이치:……. (뒤로 주춤, 다시 물러섭니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는 빠르게 서재에서 도망쳐 나옵니다.)
오밤중의 탐험을 마치고 당신은 서재문을 열고 나오자,
툭, 누군가와 부딪힙니다.
히비키 와타루:....에이치, 왜 이곳에?
와타루 입니다.
텐쇼인 에이치:……아, …. (조용히 눈을 맞추다가 할 말이 없어 입을 다뭅니다. 들어와서는 안 되는 곳에 제가 왔던 걸까. 당신의 목소리가 냉랭하게 느껴집니다.)
히비키 와타루:(입을 다무는 모습에 조용히 바라봅니다.) ...그렇군요! (순식간에 가면이라도 쓴 듯 미소를 짓습니다.) 밤의 저택은 어두워서 잘못하면 넘어질지도 모릅니다?
위험하니 조심해주세요. 에이치가 다치기라도 하면 눈물을 흘리고 말 테니까요! (손수건을 꺼내어 우는 시늉을 합니다.) 그러니 같이 돌아갈까요? 에이치의 방으로.
텐쇼인 에이치:…서재에 오면, 너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 수 있다고 해서. (중얼거리며 당신과 눈을 맞춥니다. 그의 허락을 구하지도 않고 함부로 안으로 들어갔단 것은 확실히 제 실책임을 알고 있어서. 조용하게 말을 잇습니다.) 미안해, 네 호의를 시험하는 듯한 행동을 했어. 정말로, …사과할게. 와타루.
네게 곧장 가는 것이 나았을 텐데. 호기심이 앞섰던 나를 용서해주었으면 해. 물론… 용서하지 않아도 좋아. 네게 실망을 안겨주었을지도 모르는걸, 그건 너무 뻔뻔한 행동이고.
히비키 와타루:(당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다는 동작을 취합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사과는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말하지 않았나요. 에이치를 즐겁게 만들어 주고 싶다고....(즐겁지만은 않은가? 말끝을 흐리다가 어깨를 으쓱합니다.) 문이 열려있던건 제 방문뿐만이 아니라 서재도 마찬가지였던 셈이죠.
(눈을 가늘게 뜨고는 얼굴을 바짝 가까이 댑니다.) 기왕이면 내일 아침에 곧장 저를 찾아와주셨으면 합니다. 아침에 보는 에이치는 ....천사같으니까요. 아니,흠 전사인가?
(당신의 등불을 빼앗아 들고는 눈짓합니다.) 자아, 방으로 돌아갑시다. 늦게 자면 내일이 피곤해지니까요.
텐쇼인 에이치:……? (당신의 말에 의아한 것투성입니다. 아침에 보는 저를 천사에 비유했다는 사실이 달기보단, 그는 저와 아주 오랜 시간 만난 적이 없어 이상하기만 합니다. 눈짓하는 당신의 팔을 꾹 붙듭니다. 그 어릴 시절에도 하루 낮으로 끝났던 사교회였는데. 어떻게 그런 소리를 하는 건가 싶어 입술을 달싹입니다.) …그.
…나는, 와타루와 한 번도 같은 저택에 머무른 적이 없는데.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는걸. (혹시 나를 다른 사람과 착각이라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질문이 목 끝에서 맴돌아 가까스로 다뭅니다. 아까의 빨간 머리 소년과, 문 안쪽에서 들렸던 사랑한다 속삭인 목소리가 뒤엉켜 불쾌함을 얼굴에 드러냅니다.) 나를 누구와…. 착각하고 있니? 와타루.
히비키 와타루:(안쓰러운 듯, 사랑스러운 듯 복잡한 표정으로 제 팔을 붙들고 말하는 모습에 빈손을 들어 당신의 뺨을 쓸어내립니다.) 한 번도, 단 한 번도 착각한 적 없어요. 가엾고 사랑스러운 사람.
내일이면 에이치의 궁금증도 해결 될 테니, 지나는 시간을 기다려주세요. 제일 중요한 건..... (눈을 내리깔고 슬픈 표정을 짓습니다.) 에이치가 잠들 시간이 조금 넘었다는 사실이죠!
..그렇게 말하고는 당신을 다시 방으로 안내합니다.
이젠 정말 좋은 꿈을 꾸라면서.
텐쇼인 에이치:……. (잠들 시간 같은 건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는데. 오히려 신경이 쓰이는 건 아까 본 그것들이어서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눈으로 당신을 봅니다.) 와타루는… 좋은 꿈을 꿀 것 같니?
어차피 나는 자주 밤잠을 설치니까. …네가 잠들지 못한다면 그게 더 걱정이야. 그러니… 약속 하나 해주지 않을래?
텐쇼인 에이치:혹시 네가 잠들지 못한다면 내게 찾아와주겠니? …어릴 때 유모에게서 자주 들었던 자장가를 들려주고 싶어. 듣고 있으면 어느 순간 편하게 잠들었거든. 아픈 것도 모르고.
네가 불편하다면 그러지 않아도 괜찮아. 그냥 사소한 부탁, 에 가까운 말이니까.
히비키 와타루:(당신의 말을 들으며 표정이 서서히 변합니다. 놀란 얼굴에서, 그야말로 행복한 웃음으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오롯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 그렇네요. ...그래요.
잠에 들지 못한다면, 당신이 너무 그리울 때면 꼭. (드리운 웃음은 옅은 미소로 변합니다.) 이 히비키 와타루, 약속하겠습니다!
그래도 에이치의 숙면은 중요하니 지금은 물러나도록 할게요. 에이치. 이번에야말로 정말 좋은 꿈 꾸시길. ( 작게 손을 흔들고는 문을 닫습니다.)
텐쇼인 에이치:……. (당신의 웃음과 얼굴을 바라보다가 문을 닫히자 후, 한숨을 내쉽니다. 갑작스레 알아버린 이상한 것들이나, 그에게서 잠깐 보였던 냉랭한 느낌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아 침대에 엎어집니다.)
…제대로 알아낸 건 없는데, 히비키 군에게 실망만 안겨준 것 같네. (중얼거리며 옷 안에 숨겨두었던 약을 꺼내 다시 흔들어봅니다. 사랑의 묘약. 그런 걸 믿을 나이도 아니고. 애시당초 그런 게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흔들어봅니다.)
액체는 병 안에서 소용돌이 칩니다.
이것저것 신경쓰이는게 많지만, 그만큼 겪은 일도 많아 피곤이 몰려옵니다.
텐쇼인 에이치:마법 같은 건 바라지도 않아. 그냥 히비키 군이랑 좀 더…. (중얼거리다 약병을 테이블 위에 두고, 그대로 눈을 감습니다. 피곤해. 그 생각 뿐입니다.)
눈을 감자 조금씩 밀려오던 피곤은 파도가 되어 당신을 덮칩니다.
.
.
.
당신은 문 앞에 서 있습니다.
동시에, 의지와 상관없이 손을 뻗어 문을 엽니다.
화려하게 꾸며진 무도회장.
이유는 모르지만… 익숙한 풍경입니다.
커다란 유리창. 하늘하늘 흩어지는 흰 커튼.
눈부시게 쏟아지는 햇빛.
눈이 부셔서 눈을 잠깐 찡그림과 동시에 피아노 선율이 들려옵니다.
피아노 소리는 다름 아닌 당신의 앞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커다란 검은 피아노.
그리고 거기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건….
이곳에서 제일 익숙함과 동시에 제일 이질적인 존재.
바로 ‘히비키 와타루’입니다.
당신의 발소리와 함께 뚝 끊긴 연주.
그와 동시에 몸을 틀어 당신을 바라보는 히비키 와타루.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히비키 와타루:"에이치."
마치 노래를 부르는 것 같은 감미로운 목소리로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당신은 그것에 홀린 듯이 와타루에게 다가가 허리 숙여 가벼이 입을 맞추더니,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깹니다.
텐쇼인 에이치:……? (어떻게 잠들었는지도 모르겠는 상태로 눈을 뜹니다. 그가 피아노를 연주하다, 도중에 제 이름을 부르고, 그리고…. 입을 맞췄던 듯한.) …무슨 꿈을 꾼 거야. (파렴치한 꿈이라 생각하며 고개를 젓습니다. 애써 몸을 일으키고 문으로 걸어갑니다.)
사용인:텐쇼인님 아직 일어나지 않으셨나요?
저택에 온 지 이틀째 되는 날의 아침입니다.
밝은 햇빛에 저절로 눈이 찌푸려집니다.
텐쇼인 에이치:…아니, 일어났어. (문 손잡이를 잡아 열어줍니다. 눈부신 햇살에 잠깐 눈을 깜빡이다 사용인에게 가벼운 눈인사를 합니다.)
사용인:(고개를 숙여 인사합니다.) 히비키님께서 식사를 마치시고 무도회장으로 와달라고 하셨습니다.
식사가 끝나시면 옆에 종을 흔들어주세요. 무도회장까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사용인들이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와인과 와인잔을 치워내고, 그 위에 간단한 스프와 빵이 준비됩니다.
무감한 표정을 한 사용인은 당신을 깨운 걸로 일을 마쳤다는 듯 덧붙이는 말 없이 조용히 방을 빠져나갑니다.
이 저택의 사용인들은 정말 귀신이라도 되는 걸까요….
소리 없이 나가는 모습이 어쩐지 소름끼칩니다.
텐쇼인 에이치:…입맛이 그다지 없는데. (중얼거리면서 음식을 쳐다봅니다. 다시 몸이 안 좋아지려는 건지 살짝 소름이 돋는 걸 느끼고 한숨을 쉽니다. 약이라도 하나 꺼내 먹는 게 좋을까, 고민하다 시선을 테이블 위로 돌립니다. 어제의 약은 아직 있나요?)
당신의 물건인 줄 알았는지 물약은 그대로 있네요.
텐쇼인 에이치:(물약을 보다 우선 옷을 갈아입고, 제가 가져온 약을 꺼내 하나를 삼킵니다. 물약은 옷 주머니에 넣어두고 빵 쪼가리를 조금 뜯어 먹어봅니다.)
…역시 입맛이 영 없는걸. (절반도 먹지 못하고 그냥 일어나버립니다. 종을 들더니 흔들어봅니다.)
종을 흔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납니다.
텐쇼인 에이치:…어떤 원리로 듣고 오는 걸까. (제 저택에서는 이러지 않았는데. 신기하게 생각하며 들어오란 소리를 합니다.)
어제 마차에서 내리자 마자 보았던 집사가 문을 열고 인사합니다.
집사:무도회장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텐쇼인 에이치:…응. 부탁할게. (집사의 말에 웃음을 보입니다. 당신을 만난다는 생각에 두근거릴 뿐입니다.)
집사:이쪽입니다.
사용인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무도회장의 입구입니다.
입구에서 무언가의 기시감이 느껴지지만, 무도회장의 문을 여는 사용인을 보고 생각을 접습니다.
하지만 생각을 접을 새도 없이, 그 기시감의 원인을 곧 알 수 있었습니다.
화려하게 꾸며진 무도회장.
커다란 유리창.
하늘하늘 흩어지는 흰 커튼.
눈부시게 쏟아지는 햇빛.
커다란 검은 피아노와 히비키 와타루.
들려오는 피아노 선율까지 모두.
꿈에서 느끼고 본 그것과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히비키 와타루:에이치, 왜 그러고 서 있나요?
당신의 인기척을 느낀 건지 그는 피아노 연주를 멈추며 당신을 바라봅니다.
텐쇼인 에이치:…. (당신이 연주하던 피아노를 보다, 꿈의 장면과 비교해보듯 침묵합니다. 그게 그냥 꿈이었나? 그런 것치고는 생생했는데. 하지만 곧 대수롭지 않게 당신에게 다가갑니다.)
…아니, 와타루. 잘 잤니? 내 자장가는 필요하지 않았을까?
히비키 와타루:(그 말에 가볍게 웃습니다.) 오늘은 특별한 날입니다. 그러니 에이치의 잠을 방해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당신의 노랫소리를 듣자면, 잠들지 못하고 귀를 기울일 테니까요. (피아노 옆, 테이블에 놓인 오르골의 음악을 틉니다. 그리곤 당신에게 손을 내밉니다.) 자, 합을 맞춰 봅시다!
텐쇼인 에이치:내 목소리에 잠들지 못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곤란했을 텐데. …아니지, 와타루만 잠들지 못하는 건 아니었을지도 몰라. 나도 두근거려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을까. (오르골의 음악이 귀에 익은 듯 낯선 느낌입니다. 아무튼 좋은 음색이라는 것만 알겠어서, 당신이 내미는 손을 기꺼이 잡습니다.)
항상 리드를 하다 내가 받게 되니 이상한 기분인걸. …스텝이 조금 서툴러 네 발을 밟지는 않을까 걱정이야. 그러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할게, 네게 상처를 남기는 건 사양하고 싶으니까.
히비키 와타루:그럼 아침이 되어서 함께 잠이 들고 말았겠군요. (자연스레 이끌어 크게 회장을 한 바퀴 돕니다. 다소 제멋대로 움직이곤 미소 짓습니다.) 에이치가 편한 대로, 리드 받는 것도 좋답니다!
(찡긋, 가볍게 윙크합니다.) 피하면 넘어질 것 같을 때만 밟혀드리겠습니다. 아무리 저라도 아픈 건 사양이니까요? (당신의 말을 따라 이야기합니다.)
텐쇼인 에이치:후후, 말은 그랬지만 실수는 결단코 하지 않을 거야. …언젠가 너와 함께 춤출 날이 있길 바라면서, 아주 어릴 때부터 연습했는걸. 내가 꿈꾸던 상대와의 한순간인데. 내 실수로 모든 걸 망칠 수는 없는 노릇이잖니.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능숙하게 스텝을 밟으며 당신의 허리에 팔을 감습니다. 그대로 부드럽게 이끌면서 눈웃음 짓습니다.)
…너와 정식으로 춤추는 그 날까지는, 나만의 와타루인 걸까? 아아. 벌써 기대되기 시작하네…♪ 정말, 내게는 평생동안 기억될 순간일 테니까. 눈 감고 쓰러져서, 그대로 숨을 잃어도 좋다고 여겨질 정도야. ……물론, 그렇게 쉽게 죽을 생각은 없지만.
히비키 와타루:(어쩌면 타이밍이라도 외운 거처럼 당신에게 맞추어 춤을 이어갑니다.) 이런, 저와 함께 추기 위한 춤이라 그 말이군요! 후후후...! 놀라운 기분입니다! 사랑이 느껴지네요! ..... (계속 즐거운 듯 짓고 있던 미소가 사라집니다.) ....네에, 그럼요. 당신이 죽을 일은 없습니다. (눈을 가볍게 감았다 뜹니다. 그리고 노래하듯 읊조립니다.) 저와의 춤을 평생 기억해야 하니까 말이죠♪
에이치, 오늘 날씨가 참 좋답니다! 떠오르는 태양, 내리쬐는 햇볕! 산책하기 딱 좋은 날씨죠.
(스텝에 맞춰 흥겹게 몸을 움직입니다.) 또, 벨로체의 아침 바다를 구경하는 것은 이 도시 사람들만 아는 명물이랍니다? 어떤가요. 함께 나가보지 않겠습니까? (가볍게 턴을 합니다.) ...데이트 신청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텐쇼인 에이치:물론이지. …네게 이름으로 불릴 정도의 관계가 되었는걸. 이대로 죽어버리기에는 내 인생의 노력이 너무 아까워지지 않니. 너를 다시 한 번 보기 위해 나는 지금까지 살아온 셈인걸. …그러니 죽지 않아. 설령 와타루, 네가 내 죽음을 간절히 바란다고 해도 죽지 않을 거야. (웃으며 당신의 노랫소리에 화답하듯 말을 이어갑니다.)
데이트 신청이라. 바닷바람을 그렇게 자주 쐬던 편은 아니라 조금은 추울 것 같지만…. 응, 영광이야. 네가 원한다면, 이곳에서 머무는 시간 전부를 네게 할애할 테니까. ……. (말을 잠시 끊습니다. 턴을 한 당신을 다시 부드럽게 안아 당기며 수줍게 한 마디를 뱉습니다.) 나의… 와타루.
히비키 와타루:절대 그럴 일은 없습니다만, 제가 정말 간절히 당신의 죽음을 바란다 해도 죽지 않는다는 말 지키시길 바라죠! (당신의 말이 아주 마음에 들었는지 흥에 겨워 허밍을 부르며 움직입니다.)
그렇군요, 바닷바람에 감기에 걸릴지도 모르니 외투를 챙겨 입고 가도록 합시다! (스텝을 밟던 발을 멈추고는 당신에게 안깁니다.) ...네, 에이치.
...이정도면 차고 넘치게 합은 맞는 거 같군요! 나갈 준비를 할까요? (말의 웃음기가 가득 담겼습니다.)
텐쇼인 에이치:……떨어지기, 정말 아쉽다고 하면 내가 너무 속물적인 걸까. (속삭이면서 당신의 몸을 한가득 안고 있다 팔을 천천히 풉니다. 이제 다시 함께 춤을 출 일은 없을까. 무도회에서 추는 것이 마지막일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하며 아쉬움을 겨우 숨깁니다.)
그래도 혹시, 와타루가 나를 죽이러 온다면…. 나는 받아들일지도 몰라. 어쩌면 가장 바라던 상대에게서 안식을 얻는 거니까. 그처럼 황홀한 마지막이 또 있을까나. …아하하, 그렇게 말하면 금세 무서운 눈으로 볼 거지? 어제처럼. (당신에게 이번에는 먼저 손을 내밉니다.) 농담이야, 와타루. 나는 너와 함께 살아가고 싶으니까. 그런 말은 더 이상 하지 않을게.
함께 산책하자. 아주 오래 걸어도 좋아. 네가 원하는 만큼, 내가 이 순간을 평생의 행복으로 기억할 수 있을 만큼.
히비키 와타루:(당신이 팔을 풀었음에도 그대로, 아니 오히려 제가 등을 감싸고 안습니다.) 마침 제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속물은 저겠군요? (그렇게 짧게 힘을 주어 안고는 가볍게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떨어집니다.) 그런 말은 참으로 곤란한데 말이죠.... 기왕이면 저를 죽이고 당신이 사는 편이 낫지 않겠나요? 어차피 마지막이라면...아니, 지금은 그건 중요하지 않죠!
에이치와 함께 걷는다면 영원히 걸어도 좋지만, 시간이 그걸 허락해 줄지 모르겠네요. (시간을 힐긋, 확인합니다. 안타까운 어조로마저 이야기합니다.) 무릎을 꿇고 빌어서 가능한 일이라면 당장에라도 머리를 조아릴 텐데...
에이치, 따듯하게 입고 나오세요. 당신의 상상보다 바닷바람은 따뜻하지만 매섭기도 하니까요.
텐쇼인 에이치:……. (연정을 품은 너를 제 손으로 죽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속으로만 푸념하며 당신에게 짧게 안겼을 때의 온기를 기억하려 합니다. 눈읏음을 지으며 바라보다 어제처럼, 당신의 머리카락 몇 가닥을 조심스럽게 쥡니다.) …나는 어차피 생이 길지 않은걸. 너를 앗아가서 나를 지속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어. 나는, 네 생각보다 훨씬 너를 그리워하니까.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대고선, 가볍게 입술을 머리칼에 대었다 뗍니다. 웃음은 여전한 채 올려보다 일어섭니다.) 응, 따뜻하게 입고 나오도록 할게. 모처럼의 한때인데, 감기라도 걸리면 곤란해. 무도회를 채 함께하지도 못하고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고.
히비키 와타루:(당신을 내려다보는 자안이 찰나 비현실적으로 일렁입니다.) 당신의 말대로 되는 겁니다. 에이치. 에이치의 삶은 에이치의 뜻대로 되는 겁니다. 그러니 스스로 단정 짓지 마세요. ...그런 환경이 있기에 나온 당신의 욕망이 물론 무척이나 저는 마음에 들지만요.
(일어선 당신의 이마 부근에 가볍게 입을 맞추곤 뗍니다. 방긋 웃어보입니다.) 그럼 준비를 마치는 대로 저택 문 앞에서 보죠!
(손을 살랑이며 흔들고 먼저 사라집니다.)
텐쇼인 에이치:……. (제 이마에 닿았다 떨어진 입맞춤에 놀란 얼굴을 차마 가리지도 못하고 있다가, 뒤늦게서야 당신이 사라진 곳을 봅니다.) 아, ……. (목과 얼굴, 귓바퀴까지 금세 열이 오릅니다. 쿵쾅대는 심장이 욱신거리는 착각마저 들어 가슴께를 꾹 누르곤, 어제의 꿈과 겹쳐봅니다.)
…정말, 지금이 꿈이었다면… 영영 깨지 않으면 좋을 텐데. (시간이 흐르는 게 아까운 건 저 역시 마찬가지여서. 슬픔을 담아 투정하고는 제 방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가볍게 나갈 채비를 하고 둘은 저택 밖으로 향합니다.
따뜻한 햇살과 선선한 바닷바람.
산에는 단풍나무가 붉게 물들어 가을의 풍요로움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바다에 떠 있는 배가 울리는 고동 소리와 갈매기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시계탑의 시침이 3을 가리키는 걸 보고서 두 사람은 활기를 띤 사람들 틈으로 발을 움직입니다.
[주황빛 조명이 들어온 곳]과 [사람들이 북적이는 식당]이 눈에 띄네요.
텐쇼인 에이치:…바닷가는 처음 와 보는데, 생각보다 훨씬 소란스럽구나. 신기하네…. 아. (사람들에 잠시 치이자 놀란 눈으로 그쪽을 보다 눈을 돌립니다. 푸른 눈동자에 흥미가 그득합니다.)
와타루, 와타루. …원래 이곳에는 평민이 이렇게 많이 다니니? 그리고 다들…. 무척 비린내가 심하네. 바닷가여서 그런 걸까? (당신의 옷을 먼저 잡고 조용히 묻습니다.)
히비키 와타루:(당신을 가까이 당겨 다른 사람들에게서 보호하듯 섭니다.) 오늘은 배가 들어오는 날이라 그런지, 평소보다도 소란스럽긴 하네요! (귀여운 아이를 보는 눈으로 에이치를 봅니다.)
해산물을 판매가 성행하는 곳이니 더더욱 냄새가 심히 날겁니다. 그렇군요, 그나마 에이치에게 익숙할 만한 곳으로 가는게 좋겠네요! (에이치를 이끌고 주황빛 조명을 향해 갑니다.)
텐쇼인 에이치:앗. …그런 거구나. (여전히 신기하다는 눈으로 주변을 보다, 당신이 이끄는 대로 함께 걸어갑니다.) 우리 영지에는 큰 호수나 강이 전부니까. 이런 냄새는 맡아본 적도 없거든. …물론 거기까지 가는 것도 상당히 지쳐서 갈 엄두를 내지 못했지만.
와타루를 만나러 온 덕에 특별한 기억이 더 늘어난 것만 같아. 정말로 기뻐. (보폭을 맞추며 잡힌 손을 내려봅니다. 여전히 저는 장갑을 꼈지만, 온기를 느끼고 싶어 꾹 쥐어봅니다.)
히비키 와타루:(기쁘다는 말에 아이같이 웃음을 터트립니다.) 저도, 즐겁습니다! 에이치와 함께 데이트를 즐기는건 처음이니까요!
따뜻한 주황빛 조명에 이끌려 들어간 곳은 액세서리 판매점입니다.
귀걸이부터 목걸이, 반지까지. 고가로 보이는 장신구들이 가득합니다.
히비키 와타루:에이치에게 그나마 익숙할 곳을 골랐습니다만, 어떤가요? (그대로 이끌어 장신구를 살펴봅니다.) 기왕에 들어왔으니 당신에게 어울릴만한 장신구를 하나 선물 하고 싶군요.
텐쇼인 에이치:…내게? (눈을 꿈뻑이면서 조용히 장신구를 함께 봅니다. 제게 어울릴 것은 사실 관심 없고, 당신에게 좋을 만한 장신구를 보다가 적당한 푸른빛의 브로치를 들어 올립니다.) …와타루, 잠시 이쪽을 봐줄래?
히비키 와타루:(제법 커다란 귀걸이를 들었다내리고는 당신에게 다가갑니다.) 네, 에이치 마음에 드는거라도 있나요?
텐쇼인 에이치:네게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해서. (당신이 제 쪽을 보자 장신구를 들어 올려 커프스 위에 대어봅니다.) …음, 너무 단순할까? 와타루는 조금 더 화려한 것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아, 이것도 괜찮을 것 같은걸. (두 번째로 골라든 장신구를 대어봅니다. 꼭 제 눈 색 같은 물빛인 것이 특히 더 마음에 들었지만, 그 점은 말하지 않습니다.)
히비키 와타루:이런, 저는 에이치 걸 고르고 싶었는데요? (놀란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다 이내 웃습니다.) 둘 다 아름답군요. 둘 중 하나를 고르자면... 두번째 장신구 쪽이 더 마음에 들지만요. (힐끗, 짧게 장신구를 보고 계속해서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마음에 든다는 말을 할 때 더 진득하게 바라봅니다.)
텐쇼인 에이치:(저를 진득하게 바라보며 말하는 목소리가 좋아 짧게 눈을 맞추지만.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쑥스러움이 앞섭니다. 시선을 살며시 돌리고 그것을 꼭 제 손에 쥡니다.) 그럼, …이건 내가 네게 주는 선물이야. 내가 돌아간다고 해도 나를 잊지 않아 줬으면, 하는 뇌물 같은 거니까. …받아줄 거지?
히비키 와타루:.... (에이치의 손에 쥔 장신구로 눈을 돌립니다.) 그렇군요. ...그럼 이렇게 하도록 하죠. 저 역시 에이치에게 어울리는 장신구를 선물하고 싶습니다만... 아무래도 흥미는 없어 보이니 (짧게 웃습니다.) ... (당신의 옆으로 손을 뻗습니다.)
(비슷한 디자인에 자색의 보석이 박힌 브로치를 듭니다.) 성의 없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제 얼굴과 커플 아이템이라는 의미로 넘어가 주시면 감사하겠군요! (윙크합니다. 그리고 브로치를 들어 요리조리 살펴보다가 다시 고민합니다. ) 아니 당신에게는 다른 색이 어울릴까요.
텐쇼인 에이치:……? (당신이 들어 올린 브로치를 바라보다 손을 덥썩 잡습니다. 그리고는 브로치의 색상과, 당신의 눈을 한참 비교하며 살피더니 생기를 머금은 눈빛으로 고개를 젓습니다.) 아니, …이게 좋다고 생각해. 와타루의 시선이 떠오르는 빛인걸. 그러니까 난 이걸로 받아도 괜찮을까? 나를 네게, 너를 내게. …그렇게 주고받는다고 생각하면 의미 있지 않니?
히비키 와타루:(선선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반짝이며 생기있는 당신의 눈을 사랑스럽게 바라봅니다.) 저는 좋습니다. 의미도, 제가 받을 색도. 이건 사소한 궁금증입니다만,에이치에게 제 시선은 어떤 의미인가요?
텐쇼인 에이치:네 시선. (질문에 잠시 생각을 정리합니다. 아름답고, 고귀하고. 찬란한 동시에 화려함과, 기이한 차분함이 감도는데. 그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망설이다 운을 뗍니다.) …나를, …몹시 귀애하는 걸로 느껴져서.
…조금 건방진 말이었을까?
히비키 와타루:(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봅니다.) 전혀요. 당신의 통찰력에 감탄 했을 뿐입니다! (브로치들을 번갈아 보고는 좋은 생각이라도 난 듯 생글거리며 웃습니다.) 그렇군요. 이번 무도회에서 착용하는 건 어떻습니까?
텐쇼인 에이치:(정말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대답에 옅은 미소가 입에 걸리지만, 너무도 큰 기대는 하지 않기로 한참을 스스로 다짐합니다.) …브로치를? 그래도… 괜찮을까? 원래 착장하려던 옷이 분명 정해져 있지 않았니?
히비키 와타루:장신구 정도는 바꾸어도 상관없답니다. 그리고 어떤 옷이든 어울리게 만들 외형이 있지 않나요? 저도, 에이치도요. (장난스러운 어조로 말합니다.)
(고개를 살짝 내리고는 당신을 올려다보며 눈썹을 축 내립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건가요? 저랑 같은 브로치를 하고, 춤을 추는 게?
텐쇼인 에이치:그럴 리가! …읏, 아니, 내 말은…. (당신의 표정에 다급히 소리를 높였다가 스스로 놀라 민망해합니다. 그저 당신의 손을 더 꼭 잡고, 당신과 꼭 닮은 표정으로 내려봅니다.) …같이, 함께…. 착용해준다면. 내게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인걸.
와타루에게 권해도 괜찮을까? 나와, 특…별한 사이라고, …자랑하고 싶어.
히비키 와타루:(방금까지의 표정은 거짓이였었던 거 마냥 싹 지우고 가볍게 방긋 웃습니다.)물론이죠. 즐거운 연회가 되겠군요! 특별한 사이... 특별하다는 말이 이렇게 기분 좋게 들려오는 것도 오랫만입니다! (꽉잡힌 손을 되려 끌어 당신의 손등 위, 장갑에 가볍게 키스합니다.) 저는 특별한... 특별한 파트너죠. 당신의 와타루 이기도 하고요.
텐쇼인 에이치:……. (당신의 키스에 얼굴이 홧홧해집니다. 심장이 덜컹거려. 이대로 죽는 건 아닐까. 상상하며 꾹 눈을 감았다가 뜹니다. 하지만 그래도 당신이 여전히 제 앞에 있음에, 행복감을 맛보며 웃습니다.) …응. 내, 특별한. 나만의… 와타루. (이 시간이 끝난 후에는 나만의 것이 아니어도, 지금만은 저를 바라봐주니까.)
…큼. 그, 러면… 계산하도록 할까? (뒤늦게서야 이곳이 상점이라는 점을 파악한 듯 머쓱한 눈치를 보입니다. 지갑을 꺼내면서 브로치를 꼭 쥡니다.)
그렇게 직원의 눈치를 조금 보며 값을 치루어 나옵니다.
각각 악세사리 케이스에 담긴 브로치를 손에 들고말이죠.
텐쇼인 에이치:평생 자랑할 만한 게 생겨버렸네. (브로치를 들어서 잠시 바라보다 당신에게 넘겨줍니다.)
히비키 와타루:귀하게 여겨야겠군요. (넘겨받고는 제가 들고 있던 케이스를 넘겨줍니다.) 자아, 교환 끝인가요?
(자연스럽게 시계탑을 보고는 당신을 보고 웃습니다.) 배고프지 않나요? 에이치. 오늘 아침도 조금 밖에 먹지 않았을거 같은데요.
텐쇼인 에이치:(당신에게 전해받은 케이스를 소중히 챙기다 시계탑을 덩달아 바라봅니다.) …그러고 보니 그렇네. 벌써 점심 때가 훌쩍 지났어. 와타루와 있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겠는걸.
시계탑의 시침은 여전히 3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텐쇼인 에이치:함께 식사라도 하러가도록 할까. 근사한 선물을 받았으니, 식사는 내가. …? (이상하다는 생각에 잠깐 시계를 다시 봅니다. 시간이 전혀 흐르지 않은 것 같은데. 착각인가 생각합니다.)
(시계에 아이디어 가능할까요?)
:굴려주세요.
텐쇼인 에이치: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분명 아까도 시침이 저기에 있지 않았나요?
시계탑이 고장이라도 났나봅니다.
히비키 와타루:후후.. 시간은 늘 자기 멋대로죠! 하지만 간혹 자비를 배풀기도 한답니다.
선물을 받은건 저도 마찬가지 입니다만, (사뭇 진지한 표정입니다.) ...에이치 밖에서 식사를 해 본적 있나요? 레스토랑이 아니라 평민들의 식사공간에 말입니다.
텐쇼인 에이치:…응? 아니, 한 번도 없으려나. 항상 예약이 된 곳에서만 식사를 했으니까. (진지한 표정인 당신을 보고 눈만 깜빡입니다.) …지저분하거나, 이상한 음식이 나오니? 아니면 무례한 평민들이 있는 걸까? 아, 소매치기가 있다고도 들었는데, 그런 일이니?
히비키 와타루:욕망을 가진 인간들이 밀집된 공간이라면 어디서든 그런 일이 벌어지기 마련이죠! (잠깐의 텀을 두고 안타까운 어조로 이어 말합니다.)...에이치의 기대와는 다르게 그런 일을 본 적은 없지만요? 그곳의 핫케이크는 꽤 맛이 있어 종종 들리곤 했답니다.
최근 일이 많아 들리지 못해서 아쉬웠던 참인데...... (까지 말하며 눈을 내리깔고 올려 당신을 바라보는 눈이 슬퍼 보입니다.)
텐쇼인 에이치:핫케이크…. (당신이 그런 걸 좋아할 줄은 몰라 의외라는 눈을 하면서도, 가고 싶다는 눈치를 빠르게 알아챕니다. 입맛이 그닥 없다는 것도 잊어버릴 만큼 강렬한 눈빛에 무작정 끄덕여봅니다.) …함께 먹으러 가지 않겠니? 나, 그런 곳에 가본 적은 없어서. 이것도 굉장히 즐거울 것 같아서 기대되네…♪
히비키 와타루:좋습니다! 이렇게 핫케이크 동지가 늘어났군요! 세상이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중 하나를 에이치에게 알려줄 수 있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금세 방긋 웃고는 손을 잡아 식당으로 이끕니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그곳에 발을 들여놓습니다.
확실히 저택에서 밥을 먹는것과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용병으로 보이는 한테이블은 맥주잔을 들고 건배 하고,
부모님의 손을 잡고 온 아이는 부모님이 주문해준 팬케이크를 한입가득 베어무는 그 모습은 평화롭습니다.
텐쇼인 에이치:(굉장히 북적북적하네. 시끄럽지만 그와 함께 있어 그런지, 전혀 거슬리지 않는 소란을 흘려넘기며 빈 자리에 앉습니다.) …음, 와타루가 좋아하는 메뉴를 주문하면 되지 않을까. 나는 익숙하지 않아서….
히비키 와타루:다른 음식은 에이치의 속이 받아들이기엔 힘들것 같으니, 본래 목적인 핫케이크로 하죠! (핫케이크와 과일주스를 주문합니다.)
텐쇼인 에이치:(얌전하게 앉아서 주변만 두리번댑니다. 무슨 이야기가 돌고 있는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오늘 항구에 돌아온 배에서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가족의 이야기.
옆 영지로 가는 길목에 산적이 출몰해 골치 아프다는 이야기 등 평민들의 삶의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텐쇼인 에이치:(정말 평화롭구나. 생각을 넘기고 결국은 다시 당신에게 집중합니다.) …와타루는 저택 밖으로 자주 나와봤었던 걸까. 익숙한 것 같아 보이네.
히비키 와타루:(어깨를 으쓱 합니다.) 에이치가 익히 아는 소문과 다름없긴 하죠. 놀라움을 사랑하고, 그만큼 사랑이 많고. ...그들이 보기에 기이한 행동도 많이 하고요? (그 말을 하며 그런 말을 하며 소문을 옮기는 이들이 안타까운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주문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금방 주문했던 음식이 조리되어 나옵니다.
과일주스는 가까운 무역지에서 나오는 열대과일이라고 하네요.
텐쇼인 에이치:…괜찮지 않을까. 나도 비슷한 소문이 돌 텐데. 텐쇼인 가문의 도련님은 고고하고, 몸도 약한 주제에 호기심만 많아서 아랫사람을 힘들게 하고. 언제 죽을지도 모르면서 역겨울 만큼 아둥바둥거린다고…. 그랬다가 다시 초연한 것처럼 변덕을 부리는데. (사실 틀린 말은 그다지 없지만. 턱을 괴며 웃어 보입니다.)
히비키 와타루:제가 본 에이치는 소문과는 좀 다른 부분이 있지만 대부분은 비슷하긴 하네요! (유쾌하게까지 느껴지는 어조로 말하며 핫케이크 위로 따로 나온 시럽을 보기 좋게 부어냅니다.)
기왕이면 저에게도 죽음에서 바둥대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데 말입니다. (한숨을 푸욱 쉽니다.) 오히려 죽음을 쉽게 입에 담아 이 히비키 와타루의 마음에 커다란 비수를 수차례 박고 있지 않습니까?
텐쇼인 에이치:…뭐, 사실 내 소문은 대부분이 잘 맞는 편에 속하지만. 하지만 와타루는… 대부분이 빗겨나간 느낌이 드네. 놀라움은 사랑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예상하지 못한 것을 좋아할 뿐으로 보여. 사랑이 많지만 그것도 그저 박애의 일종이지 않을까. 기이한 행동은, …글쎄. (눈을 접고 느긋하게 웃습니다.) 내게는 그마저도 사랑스러우니 괜찮지 않을까.
(저도 모르게 본심을 어느 정도 털어버린 것도 알아채지 못하고, 이어 말합니다.) 으음. 하지만 내게 죽음은 아주 가까운 이웃 같은 존재란다? 당장 보여달라고 해도, 여기서 발작이 일어날지 어떨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아, 하지만 네가 원한다면 감기라도 걸리도록 할게. 폐렴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으니 의사가 조심하라고 누누이 일렀거든. 그 정도라면… 너라도 만족할 만큼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히비키 와타루:그거야 에이치는 저를 사랑하니까 그리 보이는 거겠죠. (태연하게 당신의 말을 받아들입니다.) 평소같더라면 작은 놀라움이라도 기쁘게 받아들였을 테지만... (포크를 들고는 작게 핫케이크를 조각냅니다. 그리고 못된 말을 하는 당신의 입에 꾸욱 들이 밉니다.) 이 못된 입, 제가 바라는 게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 있으면서도 꼭 그렇게 말하죠. 늘.
저로 인해 앓는 건 사랑의 열병으로도 충분합니다!
텐쇼인 에이치:……. (입에 들이미는 핫케이크를 받아먹어서 우물대며 당신의 눈을 빤히 봅니다.) …어라. 내가 혹시 무슨 말이라도 했었던가? (워낙 무의식으로 뱉었던 애정이어서 당신이 지적하는 것에 당황한 기색이 감돕니다. 그래도 곧 부정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어 당신에게서 포크를 잡아채고.) 더… 숨길 필요가 없어진 거구나. …조금 홀가분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복잡하네. (핫케이크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당신에게 들이밀어 봅니다.)
나는 와타루에게 이런 말을 한 게 처음인데. 아니, 저택에서는 나눴을지도 모르지만. 늘상 그랬다는 표현을 하기엔… 어폐가 있지 않아? 와타루.
히비키 와타루:저는 에이치의 기회가 있다면 노려 치고 들어오는 뻔뻔함도 사랑한답니다. (에이치를 감탄하듯이 바라보다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깁니다.) 전혀요. 제 표현에 문제는 없어 보이는 데요? 그보다도 어떤가요? 입에는 맞나요~? (고개를 내밀어 시선은 당신에게 고정한 체 받아 뭅니다. 그 모습이 순종적이게 보이기도 합니다. )
(그 상태로 씨익 웃으며 포크 채로 입에 물어 빼앗아 옵니다.) 저보다는 에이치에게 더 먹여야 하는데 뺏기면 곤란하답니다!
텐쇼인 에이치:…나를 사랑해? (머리카락을 넘기는 손을 살며시 붙잡더니 한 번 꾹 잡았다 놓아줍니다. 그 말이 진심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러듯이 박애일 뿐일까. 생각이 더 깊어지려는 걸 막기 위해 부러 미소를 짓습니다.) 와타루가 먹여준 거라 그럴까. 굉장히 맛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나 혼자서는 도저히 다 먹지 못할 것 같은데, 도와주지 않을래?
(포크를 뺏어 문 당신의 얼굴을 얄밉다는 듯이도 바라봅니다. 즐겁기는 하지만 마음이 이상한 느낌.) …….
히비키 와타루:(포크를 작게 휘휘 돌립니다.) 덧붙여 말하자면 혼자 생각이 많아 오해하는 점도 나쁘지 않게 생각합니다. 장점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환경과 몸 상태로 인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이니까요.
(한입 크기로 먹기 좋게 핫케이크를 조각내고는 당신의 입가로 살갑게 웃으며 가까이 가져다 댑니다.) 자, 아아~♥ 빈말일지 몰라도 그런 말을 했으니 한 판정도 는 먹을 거라고 생각하겠습니다!
텐쇼인 에이치:…….. (내미는 핫케이크를 보다가 얌전히 받아먹고는 다 씹어 삼킬 때까지 침묵합니다. 조용히 넘긴 후에야 당신을 똑바로 바라봅니다.) …어제, 서재에 갔을 때의 얘기를 할 거야. 듣고 싶지 않다면 내 입을 다물게 했으면 하는데, 어떻게 생각할까?
히비키 와타루:(곧바로 핫케이크를 에이치의 입안에 넣어버립니다.) 목이 마르다면 주스를 마시도록하죠! 이곳의 과일주스도 아주 맛이 좋답니다!
텐쇼인 에이치:……. (불만이 가득한 눈으로 당신을 슬쩍 흘겨보더니, 주스를 가져가 목을 축입니다.) …다시 히비키 군이라고 부르고 싶어졌어. 그 때는 나를 좀 더 조심스럽게 대했으면서.
히비키 와타루:(어쩔 수 없다는 말을 표정으로 대신합니다. 그럼에도 꿋꿋이 손은 핫케이크를 에이치의 입으로 옮깁니다.) 물론 얘기하고 말고요.
...그게 지금은 아닐뿐입니다!
텐쇼인 에이치:…이 분위기를 유지하고 싶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될까? (느리게 씹어삼키고는 다시 한 번 받아먹습니다. 사실은 조금 속이 좋지 않지만. 이것까지만, 하며 버티고 있습니다.)
히비키 와타루:(표정을 살펴보더니 남은 핫케이크를 금세 먹어 치웁니다.) 새 모이만큼 먹는다는 비유는 적게 먹는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아요! 왜냐하면 새도 에이치보단 많이 먹는다구요? (조금 불만족 스러운 어투로 얘기하고는 주스를 한 번에 마십니다.)
...여기서 이야기 할만한 주제는 아니니, 이제 목적대로 산책을 하러 갈까요? ...시간은 변하지 않았을테니까요. (첫날 저택에서 마주 했을때 마냥 손을 내밉니다.)
텐쇼인 에이치:……. (시간은 변하지 않았을 거라니. 산책하러 가자는 말에 고개를 들어 올려보면서도 의아해합니다.) 와타루는 내가 하려는 말과 행동을 다 예상한 것처럼 말하는구나. 나처럼 신에게 사랑받지 못한 사람은, 그걸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그런데도 두려운 기색도 없이 말해.
…그래서 나는 너를 동경하게 된 걸지도 모르지만. (겨우 일어나 당신의 손을 잡습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예상도 되지 않지만, 무슨 말을 하더라도 믿을 생각으로.)
히비키 와타루:신에게 사랑받는 건 대게 좋지 못한 방향으로 생을 이끈답니다. 그로 인해 주변을 망치게 될 때도 있죠. (지나가는 말로 가볍게 답하고는 바닷가를 향해 가게를 나섭니다.)
동경...에이치는 누군가에게 동경 받은 적 있습니까? 당신이 하는 것이 아니라 받은 적.(아까보다도 천천히 걸어갑니다. 하지만 시선을 마주하지는 않습니다.)
바닷가로 넘어온 파도와 흰 모래를 쓸어 가는 포말.
환하게 빛나는 태양은 파도에 부딪혀 마치 유리조각같은 반짝임 뿐입니다.
한적한 바다의 모래사장은 연인들로 가득합니다.
텐쇼인 에이치:…동경의 대상이 된 적…. (어렵지 않게 떠올립니다. 작은 토리. 작게 종알대고 당신의 귀를 따라갑니다.) 있어. 하지만 나는 동경의 대상이 될 만한 존재가 맞는지, 여전히 모르겠어. …하지만 그 아이의 기대를 저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내 나름대로는 힘내왔다고 해야 할까.
와타루는? 항상 내게 동경 받아왔을 텐데. …그게 싫었다면 유감스럽게 생각해. 내게 너는 굉장한 존재였으니까. 멀리서 보기만 해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영롱하고 찬란한 존재였어서…. 그만둘 수가 없었어.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야.
히비키 와타루:동경, 질시, 갈망.... 저는 모든 것을 통틀어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강렬한 감정이야 말로 인간을 좌우하는, 세간 말하는 신과 같은 혼란의 주체니까요!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받아들이고.... (인적이 한산한 공간에 다 와서야 멈춰 섭니다. 그리고 그때가 돼서야 당신을 돌아봅니다.) 어리석게도 모든 걸 사랑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만, 그래요, 흠...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에이치가 알아들을 수 있을까요.
...제게 물어보고 싶은게 있었죠? 일단 거기서부터 시작할까요.
텐쇼인 에이치:…유감스럽지만, 나는 그런 총괄적인 감정으로 너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고 여기고 있어. 나는 아직 살아오면서 한 번도 사랑을 해본 적은 없지만, 감히 말하자면. 너에게라면 무슨 짓을 당한다고 해도, 어떠한 방식으로 이용당한다 해도 좋다는 생각을 해. 네가 말하는 동경이나 질시, 갈망. 욕망, 헌신 따위로는 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이겠지. …나는 지금 그런 감정을 품고 있다고 생각해. 내가 늘 바라보았던 히비키 군에게. 나에게도 동등한 사랑을 내보여주었던 와타루에게.
그럼, 이제 물어보고 싶은 걸 물어보도록 할게. ……. (서재에서 보았던 것, 들었던 것, 겪었던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차례로 배열해봅니다.) 어제 서재에 갔을 때, 그곳에서 많은 걸 봤어. 정체불명의 레시피와 약, 둥지. 너와… 어떤 아이가 함께 담겨져 있던 사진. 사슬로 잠겨있는 방 따위를. 어떤 것에 먼저 대답해줘도 좋아. 나는 그 모든 게 궁금해. 정확히는, 너를 알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정보라도 상관없어. 그게 내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어도 좋아.
전부 내게 알려줬으면 해. 네가 답하기 곤란하다면 답할 마음이 들 때까지 기다릴게.
히비키 와타루:(차분하게 당신의 이야기를 전부 듣고는 잠시간 침묵합니다. 그리고 입을 뗍니다.) 아마도, 아니 확실히 제게 궁금증이 많은 에이치라면 저에 대한 궁금증을 확인해 보기 위해 가봤을 테죠. 물론 더 생겼다면 생겼지 풀렸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은. (당연하다는 듯 말을 이어갑니다.) 그때 에이치의 가정처럼 저를 찾아왔더라면, 원했더라면 제 모든 것을 알려드렸을 겁니다. ...물론 그때가 아니라 지금 시간에라는 것은 변함이 없겠지만요. 남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다고 대놓고 보여주는 사슬이 감긴 문, 멋진 비둘기 둥지 그리고 제 일기도 읽었을 겁니다. 일기치고는 좀 짧은가요?
당신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저라고 에이치가 생각하는것 마냥 모든 걸 알고, 예상하고...비슷하긴 합니다만 전부 맞는 건 아니라서요!
에이치. 당신은 전에도, 그보다 훨씬 전에도. 저의 것들을 보고 나서 마주하면 창백한 안색이 더욱 창백해지고. 사과를 할 때도 화를 낼 때도, 겁에 질렸을 때도 있던 거 같군요. 어떨 때는 이 말을 이해한듯한 표정을 지었고, 어떨 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타인이 보기엔 희극이나 마찬가지겠군요! (그 말을 하며 극의 일부라도 된 듯 팔을 크게 벌리다가 이내 그만둡니다.)
당신은 이 모든 게 처음이겠지만. 아 여기까지 말을 이어서 해 본 것도 처음입니다. 과거의 자신은 부디 신경 쓰지 말아주세요. 현재가 제일 중요한거니까요.
이런, 하고 싶은 말이 잔뜩인 표정인데요. (괜히 얄밉게 말합니다.)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에이치.
텐쇼인 에이치:(한마디 답도 않은 채 침묵만을 지키고 있다가 얄미운 말투의 당신을 묵묵히 지켜봅니다. 당신이 어떤 감정으로 백몇십 번째의 저를 보고 있을지 상상조차 하지 못하니. 함부로 말하지 않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며 말합니다.) …너는 그 모든 나를 지켜보고 있었니? 희극이라고도, 비극이라고도 하지 않을게. 하지만…. 이미 지나가 버린 내가, 지금 네 눈앞에 있는 내 위에 뒤덮여져서 너의 눈을 흐리게 했다면 그것만큼 불쾌한 것은 없는걸. 우선은 와타루. …아니, 히비키 군. 네게 요청할게. 수많은 나를 내게 겹쳐 보았던 것을. 그러면서 함부로 내 행동을 가늠하며 포기하고 기대했던 행위를 전부 사과해주길 원해. 다른 내가 아냐. 오직 나에게. 지금 네 앞에 살아 숨 쉬고 있는 텐쇼인 에이치에게 사과해 줘. 나의 망령들을 겹쳐보는 행위는 무척이나 무례한 행동이잖니.
…그리고 나 또한 사과할게. 그 모든 나를 제외하고서도, 내가 네 상처였을지 모르는 과거를 함부로 후벼 파고 헤집어서 들여다본 행위는 무례했어.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을게. …만일 내가 죽는다면, 미래의 나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현재 내가 했던 일에 대해서는 사과하는 것이 옳을 테니까. …후후, 이러는 것도 처음이라 조금 색다른 경험이기는 한걸. 조금은… 즐겁다고 여겨지기까지 해..
히비키 와타루:(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가라앉은 눈동자로 당신을 빤히 바라봅니다. 그러다 눈을 꾹 감습니다.) 그래요. 당신의 말처럼 모든 에이치는 다른 존재죠. ...변명 같이 들리겠지만 저도 처음엔 그렇게 대하고자 했습니다. ...미안해요.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봐주지 않아서. ...그리고 미안합니다. 이번에도 저, 히비키 와타루는 부탁할 거거든요. [사랑의 묘약]을 완성하기 위해 에이치의 피가 필요합니다. ...제 욕심을 충족시킬 방법을 찾고 싶었는데. 이게 제 최선이에요.
강렬한 감정은 혼란의 주체죠. 건방지게 느껴지겠으나 타인보다도 훌륭한 능력을 지닌 제가 사랑에 빠진다면 어떻게 될 것 같나요? 자신을 동경하는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저와 똑같은 감정을 바라며, 손을 대서는 안 될 것을 쥐어 사랑하는 이를 죽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바보같은 인물이 되어버리고 만답니다.
타인의 마음을 마음대로 취하기 위한 행동을 사랑이라 감히 이름을 붙이고 이기적으로 굴던 죄는 품에 넘치고 넘쳐서..... 에이치, 당신을 살려서 제 잘못의 마지막 온점을 찍게 해주세요.
저희, 이번에 같이 춤추는 장면을 마지막 추억으로 남기게 해주시겠나요? 이 시간선 바로 전의 에이치는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제 이름을 부르면서 죽어버려서요. 오랜만에 이렇게 길게 함께 해서 기쁩니다.
이 자리에서 춤을 추고 싶을 정도로요! (작게 물론 여기서 춤을 출정도로 눈치가 없는 건 아닙니다. 하고 덧붙입니다.)
텐쇼인 에이치:…네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품었던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닌, 이 평범하기 짝이 없는 병자라는 게 정말. 재밌는 이야기네. 하지만 유감스럽지만 내 피는 너에게 넘겨줄 수 없을 것 같네. 진심으로 내 피를 원한다면 나를 죽여서 가져가도록 하렴. …아, 혹시 내 눈앞에서 자해라도 하며 날 겁박할 생각일랑 접으렴. 그런다면 나는 지금 당장…. (주변을 둘러보다가 자칫 발을 잘못 딛는 순간 추락할 만한 공간을 바라봅니다.) 저곳에 가서 떨어질 생각이니까. …으음. 내 몸에 대해서 명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몸이 워낙 약하니 뼈가 부러지는 것도 그렇게 힘들지 않을 것 같네. 폐도 심장도 허약하니, 그대로 금세 죽을 수도 있을 거야. 내가 연정을 가진 상대에게 그런 험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지만, …글쎄. 좀 더 넓은 관점에서 본다면 이것 역시 네 손에 죽는 것과 같은 이치니까 나쁘지 않을 것도 같아. 아하하, 그렇게 생각하니 뭔가 즐거워져 버렸어.
…알고 있니, 히비키 군? 난 죽음과 아주 가까운 사람이야. 그러니 어떠한 부탁을 해도 네게 내 피는 넘기지 않을래. 적어도 나는 내 감정으로 너를 사랑한 후에 죽는 게 좋아. 너의 욕심으로 인해, 그깟 약물에 희롱당하다 숨을 거두는 건 사양하고 싶어. …그러니 춤추는 건 저택으로 돌아간 후에 하자. 나는 여기에서 춤추고 싶지도 않고, 무도회를 그렇게나 기다려왔으니까…. 음. (그저 해사한 웃음을 짓습니다.) 함께 저택으로 돌아가자. 히비키 군.
히비키 와타루:(웃음을 흘립니다.) 으음...에이치, 걱정하지 말아요. 약을 먹을 건 제가 될 테니. 주변을 둘러봐요. 저희는 한참이고 이곳을 돌아다니고, 시간을 보내고. ...그런데 아직도 막 나왔을 때와 같지 않습니까? ...누군가의 힘으로 인해 더이상 시간이 흐르고 있지 않아요. 다음 시간 선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아, 잠시 실례하도록 하죠! (에이치의 손을 꾹 붙잡습니다.) 저도 자해공갈은 썩 좋아하지 않아서!
....다음 시간 선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난 시간선에서의 사용한 생은 에이치의 시간이었고, 이번에 쓸 시간은 제 시간이 되겠네요. 누군가의 시간을 사용하지 않으면 이 시간은 이전 시간선과 같이 잘려나가 폐기됩니다. 그럼 둘 다 사라지겠죠. ...저는 무척이나 당신과 함께 무도회장에서 춤을 추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피가 필요하고요.
...춤을 춘 그 시간이후에는 당신에 기억에서 저는 사라지게 될겁니다. 걱정하지말아요. (눈을 똑바로 맞추고는 이야기합니다.) 그러니 제게 당신의 피를 아주 조금만 나눠주지 않겠습니까?
텐쇼인 에이치:…흠. (당신의 말을 들으며 눈을 굴립니다. 이런 식의 방법은 통하지 않나, 생각을 하다 잡힌 손을 함께 들어 손가락으로 가위표를 만듭니다.) …역시 거절할게. 누구 혼자서만 살아남게 할 작정이라면 정말 지루한 이야기인걸. 나는 내가 일생동안 동경하고 사랑해왔던 이를 기억조차 못 하는 허무에 빠져야 하는데. …그걸 반길 리가 없잖니. 네가 겪어왔던 수많은 나 중에서 단 한 명도 나처럼 얘기하지 않았던 거라면…. 실망스럽네. 과거의 나도, 알아채지 못했던 히비키 군도.
그리고, 그 물약이라는 거…. (제 옷 주머니에서 꺼내 살며시 흔들어 보입니다. 그러다 뺏어가지 않게 제 손에 단단히 쥐어버립니다.) 이걸 말하는 거지? 이미 보라색인 걸 보니까… 내 피는 아니어도 와타루의 피는 들어가 있겠지. 아니라면 애석하게 됐지만 지금 말하고 싶은 건 그게 아니니 넘기도록 할까.
…내가 쥐고 있는 걸, 어떻게 빼앗아갈 생각일까? 히비키 군. 말해주렴. 나를 제대로 설득해낸다면…. 네게 상으로 주도록 할게. 애초부터 네 것이었다고 할 생각이라면 그것도 사과할게. 내가 이미 들고나와 버렸으니까.
히비키 와타루:(아무렇지도 않게 그린 듯이 웃어 보입니다.) 그야 다음 시간 선이 있었으니까요. 에이치가 원한다면 그 물약은 가져도 좋습니다만...제가 바라는 상은 에이치의 피 몇 방울인데 그건 줄 것같지 않군요.(흠, 하며 눈을 가늘게 뜹니다.) ...얄팍한 희망을 걸어 볼까요. ....짠, 선물입니다! (와타루의 손에 푸른 장미가 들려 있습니다.)
텐쇼인 에이치:……. (푸른 장미. 당신이 내미는 장미를 보다가 손을 내밉니다. 병을 들고 있지 않은 쪽입니다.) 이 손에 쥐여주렴. 그리고 나는 파릇파릇한 생화가 좋은데, 날 속이는 건 아니지? 히비키 군.
히비키 와타루:물론이죠. (당신에 칭호에 잠깐 슬픈 얼굴을 보이다가도 아무렇지도 않게 표정이 돌아옵니다. 어느새 에이치의 손에 넘겨주는 장미는 두 송이가 되어 있습니다.)
텐쇼인 에이치:……, (장미를 받아들고 당신에게 살짝 아프다는 눈길을 보냅니다.) 잠시만 놓아주지 않을래? 손목이, 약간 욱신대는 것 같아.
히비키 와타루:...이런, 어쩔 수 없군요! (그대로 당신을 모래사장 쪽으로 함께 넘어집니다. 뒷머리는 손으로 감싸고 최대한 안전하게. 그리고서야 손을 놔줍니다.) 저도 꽤 간절한지라,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사륵 흘러내리는 머리가 당신의 시야를 가립니다.)
텐쇼인 에이치:……. (당신의 행동에 은은하게 미소만 짓고, 자유로워진 손에 들려있던 장미의 가시로 제 손바닥을 강하게 긁습니다. 피가 맺힐 정도로 힘을 실어 긁은 후에야 행동을 멈추고 병을 엽니다.) …정말 네가 아는 그 모든 텐쇼인 에이치가. 사랑의 묘약 따위가 필요한 존재였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들은 전부, 너에게 사랑을 품었을 거야. 자각이 없었고 너 또한 몰랐을 뿐이었겠지.
(병 속에 제 피를 담고 잘 흔들더니, 액체를 전부 제 입에 털어 넣습니다. 피가 아직 그치지 않은 손으로 누워있는 당신의 뺨을 감싸 입술을 맞대고. 절반 정도만 당신 입에 흘려넣은 후에 나머지를 삼킵니다.)
…차라리 잘되지 않았니? 함께 죽는 것도 나름 로맨틱하고. 와타루.
히비키 와타루:(차분히 가라앉은 눈으로 당신을 응시합니다.) ....그래요. 이런 선택을 어쩌면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내 웃어버리며 당신을 껴안습니다.) 나쁘지 않네요. 저는 아직까지도 당신이 끝까지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지만요!
당신의 단호한 결정에, 와타루는 웃었습니다.
내가 사랑하고, 사랑한 너라면 그럴 줄 알았다며.
그렇기에 더더욱 그런 대답을 듣고 싶지 않았다면서.
… 당신의 손끝은 모래처럼 바스러져 갑니다.
그리고 바스라지는 건 당신 혼자가 아닙니다. 히비키 와타루도 함께요.
당신이 바란 이 극의 엔딩.
그 끝은 비극일지라도 둘이 함께하는 비극이라면 이번에야말로 해피 엔딩입니다.
드디어 와타루가 손가락 끝을 찔려가며 어설프게 기워냈던 당신의 극의 마지막입니다.
두 사람분의 시간이 들어갔음이 분명한데 무도회장에서 함께 춤을 출 시간은 없는 모양입니다.
모래사장 위에서 열렬한 사랑을 하는듯 스킨쉽을 하는 연인은.
그렇게 서서히 바스라집니다.
혼자보단 둘이서.
이젠 아무도 고통받지 못하도록.
시간선은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두 사람 조차 한 줌의 모래가 되어 저 멀리.
저 멀리. 한 줄기의 바람을 탄 채 마치 춤을 추듯.
마지막을 함께합니다.
불행히 끝난 엔딩이지만 어쩌면 행복한.
후일 이 일을 기억하는 자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이리 기록합니다.
인어공주를 사랑한 왕자는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인어공주에게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며,
물거품으로 흩어져가는 인어공주를 품에 안고 같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라고.
그렇게 죽어버린 둘은 과연 슬펐을까요?
아니면 같이 죽음을 함께 할 수 있어 기뻤을까요.
분명한 건, 그 기록 옆엔 웃으며 입 맞추는 인어공주와 왕자의 삽화가 그려져 있었다는 내용입니다.